[데스크칼럼] 전설이 된 개척자 '오타니'

  • 등록 2024-09-23 오전 7:00:00

    수정 2024-09-23 오전 7:04:57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그는 인간이 아닙니다.”

오타니 쇼헤이가 20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LA다저스와 마이애미 말린스의 경기에서 세 번째 홈런을 치자 중계방송 아나운서는 이렇게 외쳤다.

이날 경기에서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오타니는 홈런과 도루를 각각 3개와 2개 추가하면서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50-50 클럽에 가입하는 선수가 됐다.

오타니의 기세는 경기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1회와 2회 안타 이후 시즌 50, 51호를 연달아 성공시키더니 6회엔 시즌 49호 홈런을 쏘아 올려 대기록까지 한 계단만을 남겨놓았다. 그리고 마침내 7회, 오타니가 타석에 들어서자 경기장의 모든 이들의 시선이 한 곳에 쏠렸다. 오타니는 배트를 힘차게 돌렸다. 배트에 정확하게 맞은 공은 펜스를 넘겼고, 메이저리그에는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 어떤 선수도 넘보지 못한 대기록이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9회에 다시 나와 시즌 51호를 터트리며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한 경기 3홈런과 2도루라는 새로운 기록을 다시 썼다.

오타니의 기록은 현재 진행형이다. 마운드에선 160㎞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고, 타석에선 홈런을 펑펑 쏘아 올리며 상상만 해오던 기록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2021년에는 투타겸업하며 메이저리그 최초로 투수와 타자 올스타로 동시에 선정되는 기적을 만들더니, 2022년엔 베이브 루스 이후 104년 만에 두 자리수 승리와 홈런이라는 기록을 써냈다. 여기에 만장일치로 MVP를 두 번이나 수상한 것도 오타니가 유일하다. 150여년의 역사를 가진 메이저리그에서도 오타니의 기록은 그만큼 독보적이었다.

지금은 ‘완벽’ 그 자체다. 오죽하면 그를 ‘육각형 인간’에 빗댈 정도다. 완벽에 가까운 도형 육각형처럼 모든 면에서 최고치에 도달한 인간이란 의미다. 기업이나 스포츠 구단이 직원이나 선수의 역량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레이더 그래프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거미줄 그래프로도 불리는 이 그래프는 각 항목이 얼마나 발달했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 모든 면이 완벽한 상태가 바로 육각형이다.

그런 오타니도 처음부터 완벽하지는 않았다. 지금의 오타니는 이전의 오타니가 한계를 맛보고 넘어지기도 하며 성장했기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물론 타고난 체격과 재능이 그의 성공에 중요한 몫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오타니가 재능만 믿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남들보다 더 성실하게 노력했다. 오타니가 고교 시절 작성한 ‘만다라트 계획표’가 그 증거다. ‘일류’가 되는 자기계발의 종합 교본으로 정중앙에 최종목표를 적은 뒤 8개 방향으로 조금씩 확장하면서 세부 지침을 상세하게 적어가는 방식이다. 또 운을 불러 모으기 위한 노력으로 ‘쓰레기 줍기’나 ‘인사’ 등의 항목도 추가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세웠던 목표 대부분은 이미 이뤘거나, 이뤄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고 있다. 그가 신인 시절 말한 당찬 포부처럼 말이다. “제가 선수로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인간으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즐거움입니다. 지금은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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