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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신탁의 TOT 상품은 연 8~10%의 수익률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에게 인기몰이를 했다. 중국에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 우대금리(LPR)가 3.85%까지 내려온 가운데, 중국 사람들도 고수익 투자처에 쏠렸기 때문이다. 특히 쓰촨 지역의 은퇴자산가나 부동산으로 돈을 불린 사람들은 신탁에 돈을 맡겼다. 문제가 된 쓰촨신탁의 TOT 상품의 경우, 한국의 사모펀드처럼 최소 가입액이 30만위안(5092만원)이다.
그런데 중국의 신탁은 주식이나 채권, 리츠나 부동산 등에 분산투자하는 글로벌 투자업계의 신탁과 달리 부동산 프로젝트(PF)나 인프라 개발에 집중한다. 뿐만 아니라 투자사들이 투자자들의 돈을 받은 후, 투자처를 찾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 사업이 생기면 투자자들을 찾는 방식이다. 투자자의 성향이나 상황의 변화에 따라 투자상품을 굴리는 게 아니라, 투자처를 찾아두고 돈을 모으는 셈이다.
문제가 전면적으로 떠오른 건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부터다. 쓰촨성 금융당국은 4월 지방은행과 신탁들의 신규판매를 중단시켰다. 이에 두달 후인 6월 초 쓰촨신탁은 투자자들에 대해 환매를 할 수 없다고 선언해 버렸다.
쓰촨신탁 측은 현재 환매가 불가능한 이유는 정부의 규제 탓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애초에 자금 운용의 기본이 무너진 게 쓰촨신탁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한다. 폰지사기처럼 앞선 투자자들이 환매를 요구하면 뒷 투자자들이 맡긴 돈을 지급하는 식의 운영을 해온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기초자산조차 밝히지 않은 상품 운영, 불법 내부 거래 역시 쓰촨신탁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다. 이 가운데 쓰촨신탁은 내년 103억위안(1조7500억원)의 만기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쓰촨신탁식 경영은 이미 다른 중국의 신탁사에서도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에 중국의 경제 위기가 신탁 상품에서 시작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중국의 신탁 규모는 3조달러이다. 우리 돈 3600조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중국 금융학자인 장좡 역시 신탁업 규모가 20조위안(3400조원) 수준일 것으로 추론한다.
래리후 홍콩 맥쿼리 그룹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의 실패는 중국의 다가올 미래가 됐다”면서 “어떤 기관에서 또 문제가 발생할 지 모른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