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1년]⑥개헌, 사실상 좌초…책임은 어디에

文대통령, 국회서 진척 없자 직접 개헌안 발의
野, 대통령안 발의 반대.."국회 무시한다"
與, 대통령안에 묶여 대야 협상력 상실
"대통령 개헌안 철회하고 국회와 신뢰 쌓아야"
  • 등록 2018-05-08 오전 5:00:10

    수정 2018-05-08 오전 8:33:43

지난 3월 26일 국회 본청에서 김외숙 법제처장 등이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정부 개헌안(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을 진정구 국회 입법차장에게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정구 입법차장, 한병도 정무수석, 김외숙 법제처장,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3월 15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의 헌법개정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대선 때 국민들께 한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하지만 대통령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개헌안 발의는 오히려 개헌을 좌초시키는 정반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는 나타냈다. 이 발언이 있고 11일 뒤인 같은 달 26일 대통령의 개헌안이 발의됐다. 그리고 심 의원의 우려대로 개헌은 좌초 위기에 빠져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정권 초기에 추진하려고 있던 주요한 과업 중 하나가 개헌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고, 그 시기로 오는 6월 13일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를 주장해 왔다. 국회 역시 이같은 흐름에 따라 지난해 1년 동안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 개헌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고 올해도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개헌안 논의가 지지부진하고, 결정적으로 지유한국당이 개헌 시기를 6월로 못박는 것에 대해 반대하면서 개헌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결국 약속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이 꺼낸 카드는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1년 신년연설에서부터 국회가 개헌안을 만들되, 진척이 없으면 본인이 직접 발의하겠다고 공언했고, 2월 개헌안을 만드는 자문특위를 구성, 개헌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쁘지 않았다.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가 국회를 압박해 개헌 논의를 진척시킬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일정부분 그런 효과를 본 측면도 있다. 여야 정쟁에 멈춰있던 개헌 논의가 재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한 3월 20일이 다가오자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야당의 반발로 인한 국회 논의 중단 사태가 명약관화해서 였다. 실제로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된 후 한국당을 필두로 야4당은 청와대에 연일 개헌안 철회를 요구하며 비판을 쏟아냈다.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개헌을 밀어부친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문제는 여당의 협상폭이 대폭 축소됐다는 점이다. 2월 초 여당이 내놓은 개헌안을 보면 권력구조는 대통령 중심제를 기본으로 하되 입법권·예산권·인사권·감사권 등 대통령의 4대 권한을 대폭 내려놓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야당과 협상할 때 여지를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대통령안에서 4년 연임제를 못박고 4대 권한 축소폭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나오면서 대야 협상이 더욱 어렵게 됐다. 야당들은 대통령안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더욱 강화시킨 것이라고 공격했고, 여당은 이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는 국면이 펼쳐졌다.

결국 6월 개헌투표를 위해 선행돼야 하는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 시한인 지난달 23일 넘어서면서 6월 개헌투표는 불가능하게 됐다. 국회에서는 개헌 시점을 늦추더라도 개헌 협상을 계속해서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지방선거 이후 개헌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하에서 개헌은 물건너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여당만으로 개헌이 가능한 재적 3분의 2이상의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개헌을 하려면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라며 “대통령은 6월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투표가 무산된 만큼 이제라도 자신이 발의한 개헌안을 철회하면서 국회와 신뢰를 쌓아야 6월 이후 개헌 추진이 가능해진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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