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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임 대통령의 관세위협에 못 이겨 미국에 공장을 짓자니 과잉 투자가 우려되는 상황. 그렇다고 트럼프의 요구를 무시하기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관세 물더라도 멕시코 공장이 나을 수도”
LG전자 관계자는 19일 “미국 공장 설립을 할 지 말 지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면서 “여러가지 가능성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공장 건설 검토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답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미국에 가전공장 설립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난감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미국 공장 건설 시 실익을 따져봐도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트럼프가 공언한 35%의 징벌적 관세를 물더라도 기존 멕시코 공장만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값비싼 美 인건비 부담..공급과잉 우려도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두 회사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 새 공장을 준공하는 데에는 통상 3년 이상 소요된다. 3년 뒤 북미 지역 가전 수요가 어떻게 움직일 지 모르는 상황에서 트럼프 기조에 맞춘다고 무턱대고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 맞는 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전의 경우 반도체나 휴대폰처럼 권위있는 시장조사기관조차 없다”면서 “3년 뒤 시장 수요를 예측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총수 수사받는 삼성..투자 보류 가능성 커
상황이 이런 데도 삼성, LG가 ‘미국 공장 카드’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지금처럼 미국에서 제품 판매만을 고집하다가는 징벌적 관세 외에도 유·무형의 여러가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두 회사는 가전 매출의 30%가량을 북미 지역에서 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트럼프 기조에 맞춰 미국 공장 설립에 대해 운은 띄웠지만, 아직은 눈치보기 수준에서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라며 “상황에 따라선 흐지부지 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