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를 가다⑧]호남발 野권 분당 태풍 서울 광진갑에 불어 닥치다

국민의당 김한길vs더민주 전혜숙 野권 빅매치
19대 악연 끊지 못하고 당을 갈라 맞대결
야권 분열 틈타 새누리 공천권 놓고 전지명·정송학도 경쟁
당협위원장 전지명vs전 광진구청장 정송학 맞불
  • 등록 2016-02-22 오전 6:00:00

    수정 2016-02-22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뭘 얼마나 잘하겠다고 당을 또 쪼개서 이러는 건지…. 실망스럽습니다.”(30대 회사원. 남) “누가 될지도(공천) 모르는데 누굴 지지하겠어, 지금.”(50대 자영업자. 남)

호남 지역에서 불거진 야권 분당의 불똥이 서울에까지 튀었다. 서울 광진갑은 김한길 현 의원으로 대표되는 국민의당과 전혜숙 전 의원으로 대표되는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전혜숙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광진갑 출마의 뜻을 드러냈다. 김한길 국민의당 의원도 광진갑 수성을 위해 부인 최명길 씨와 함께 유세에 나서고 있다(사진-전혜숙 전 의원, 김한길 의원 공식사이트)
김 의원은 광진갑 주민들의 재신임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것은 물론, 4·13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 두 가지 숙제를 갖고 있다. 당의 선대위원장까지 겸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거셀 것 같았던 국민의당 창당 바람이 예상 외로 수도권에서 미미하면서 김 의원은 광진갑 수성에도 버거운 형국이다. 전지명·정송학 두 새누리당 예비후보 측의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의원은 전 전 의원을 포함한 3자 구도에서 가장 낮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호남 지역에서는 국민의당이 더민주를 상대로 선전을 보이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생각보다 영향력을 못 보이고 있는 탓이다. 군자역 근처에서 만난 40대 최모씨는 “야당이 갈라져서 싸우면 표를 줘봐야 사표가 될텐데 차라리 투표를 포기하고 말겠다”면서 야권의 통합을 촉구했다.

그러나 19대 총선에서 비롯된 김 의원과 전 전 의원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 야권 연대가 수월치 않은 지역이 광진갑이다. 전 전 의원이 금품 수수 혐의로 공천이 취소된 사이 김한길 의원이 전략 공천을 받으면서 운명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이후 광진구청장 선거에서도 전 전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하면서 두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전 전 의원은 “20대 총선에서만큼은 물러설 생각이 절대 없다”며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강하게 밝혔다. 천호대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50대 이모씨는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라면서 약사 출신 전 전 의원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김 의원 측도 배수진을 친 것은 비슷하다. 국민의당 입장에서 김 의원은 안철수 대표나 김희철 전 의원 등과 함께 서울 지역 당선을 바라볼 수 있는 거물급 정치인이다. 신당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라도 김 의원의 수성이 필요하다. 4선 의원인 만큼 비례대표 이후 지역구 의원을 노리는 전 전 의원이나 초선에 도전하는 전지명·정송학 새누리당 후보에 비해 지명도가 높다.

군자로에서 만난 30대 중반 최모씨는 “지겨운 여야 다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신진 세력이 되길 바란다”며 김 의원의 수성과 국민의당을 응원했다.

야권이 장외에서 격전 중이라면 여권은 장내에서 공천권을 노리는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김홍식 후보가 선거를 포기하고 당협위원장인 전지명 후보와 광진구청장 출신 정송학 후보가 양자구도로 나서고 있다. 두 후보는 각자 장점을 앞세워 공천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서울 광진갑에 새누리당 공천 출마 신청을 전지명(위) 후보와 정송학 후보.(사진-전지명·정송학 후보 SNS)
두 후보의 암투는 김무성 당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혈전과도 관계가 깊다. 당협위원장의 전 후보는 경선에 나설 경우 여론조사 당원 대 일반국민 비율이 3대7일 경우가 유리하다. 반면 정 후보는 이 위원장이 주장하는 일반국민 경선 100%가 더 낫다. 이견을 조율 중인 공천룰에 두 후보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정 후보는 광진구청장 재임 경력을 앞세우고 있다. 정 후보는 “재임 4년 동안 국내외에서 125차례 수상했고 받은 인센티브만도 73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중앙 정치에만 신경써온 김 의원 대신 광진구 지역 대표로서 민생 현장과 호흡한 것은 바로 저”라고 강조했다.

반면 전 후보 측은 정 후보가 19대 총선에서 광진갑에 공천을 받아 김 의원에 패한 전력을 문제 삼았다. 정 후보는 19대 총선에서 김 의원에게 8%포인트 차로 낙선한 바 있다. 전 후보는 “경쟁력만 놓고 보면 광진갑에서 지난 2년여간 민심을 다져온 제가 선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야권 연대가 어려울 경우 표의 분산으로 새누리당 후보가 생각보다 수월하게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도 있어 두 후보의 공천 다툼은 본선 못지 않게 치열할 전망이다. 물론 두 후보 측은 모두 “야권이 연대할 것이라고 보고 선거에 임하고 있다”면서도 “연대를 하더라도 내(새누리당)가 유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16대 이후 광진갑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의원 뱃지를 나눠 달았던 지역이다. 김영춘 전 의원이 16대는 한나라당 소속으로 17대는 열린우리당(현 더민주) 소속으로 재선했고 이후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이 18대에 당선됐다.

20년째 군자동에 거주한다는 70대 엄모씨는 “이 지역은 노인 인구가 많아 여당색이 좀 있는 편”이라며 “이번 선거는 새누리가 되지 않겠나”고 야권의 패배를 점쳤다. 정 후보 측 관계자도 “광진갑은 40대를 기점으로 20~30대와 50대 이상 인구가 반반으로 나뉜다”며 “서울 다른 지역에 비해 평균적으로 젊은 층이 적은 편”이라고 필승을 다짐했다.

한편 광진갑에는 고용복지연금선진화연대 이정희 후보와 무소속 백승원 후보도 출사표를 던졌다. 이 후보는 뮤엠영어구의교습소 원장, 백 후보는 광진구 지역발전협의회 준비위원장, 부정축재재산 영구시효없는 몰수법 개정 준비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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