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벤처투자는 美실리콘밸리 3년 후행한다

美경제 영향 많이 받는 한국 경제, 벤처 투자 동향도 따라가
현재 증가하고 있는 바이오·의료 업종 투자 향후 전망 물음표
IT서비스 업종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
  • 등록 2015-02-25 오전 3:00:00

    수정 2015-02-25 오전 3:00:00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 동향을 보면 국내 벤처투자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국내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벤처투자 동향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투자흐름과 갈수록 동조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경제가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형수 벤처캐피탈(VC)협회 전무는 “세계적인 경제 중심인 미국에 의존도가 큰 국내 경제 환경때문에 벤처기업 투자동향도 미국 실리콘밸리의 흐름을 쫓아가는 경향이 있다”며 “실리콘밸리 투자동향이 3~5년 후에는 한국벤처 투자동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는 1980년대 후반부터 전자산업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반도체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기술(IT)산업과 전자산업의 중심지로 변모했다. 지금은 세계 벤처기업의 메카로 불린다.

2006년 실리콘밸리의 바이오·의료 업종에 대한 투자 비중은 전체의 28.2%에 달한다. 이는 전년대비 16.3% 증가한 수치다. 당시 한국의 바이오·의료 업종에 대한 투자는 전체의 8.1%에 불과했다. 하지만 8년 후인 지난해 한국의 바이오·의료 업종에 대한 투자는 17.6%까지 높아졌다. 셀트리온(068270)과 레고캠바이오처럼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도 있었지만 이보다 앞서 미국에서 시작된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증가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선행적 모델이 됐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할 때 여러 변수를 생각하는 데 그 중 하나가 미국의 시장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로 셀트리온의 성공이 있었지만 이미 그 전부터 미국 시장의 흐름을 보고 셀트리온에 투자한 회사들이 있었기에 셀트리온이 성공할 수 있었던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셀트리온의 성공이 기폭제가 되서 바이오 분야의 투자가 폭발적으로 커진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의 바이오·의료 분야에 대한 투자는 2007년 32.2%를 정점으로 하락추세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는 18.6%까지 떨어졌다. 이용규 VC협회 회장은 “미국 벤처투자 시장의 경향을 보면 바이오·의료 분야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바이오·의료 업종에 대한 투자가 장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상징인 IT업종에 대한 투자비중은 지난 2006년 전년대비 2.2% 감소한 48.7%를 기록했다. 닷컴버블의 여파와 삼성전자(005930), 노키아 등 해외 휴대전화 업체의 성장으로 미국내 IT업종에 대한 투자가 하락하게 된 것이다.

IT업종에 대한 벤처투자 비중은 2008년 32.9%까지 하락하다가 2009년부터 반등해 지난해에는 53.9%를 기록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 시대를 연 것이 IT업종 투자 증가를 다시 올린 계기가 됐다.

하지만 IT제조업 분야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실리콘밸리의 IT 제조업 벤처투자 비중은 전체의 5.5%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IT제조업체들이 중국, 동남아시아 등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서 생산한 부품을 들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애플리케이션 제작 등 IT서비스 분야의 벤처투자 비중은 48.4%에 달했다. 김 전무는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시작된 앱 시장의 성장이 IT서비스 업종에 대한 투자를 견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도 실리콘밸리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5년 29.2%였던 IT제조업 투자 비중은 지난해 17.5%까지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IT 서비스 업종에 대한 투자는 8.3%에서 13.5%로 5.2%포인트 상승했다. 김 전무는 “스마트폰의 보급이 미국에 비해 조금 늦었지만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스마트폰 생산 국가로서 IT서비스 분야의 성장성은 향후 몇년간 꾸준히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美 실리콘밸리 벤처기업 투자 동향. 벤처캐피탈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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