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벤처투자 동향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투자흐름과 갈수록 동조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경제가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형수 벤처캐피탈(VC)협회 전무는 “세계적인 경제 중심인 미국에 의존도가 큰 국내 경제 환경때문에 벤처기업 투자동향도 미국 실리콘밸리의 흐름을 쫓아가는 경향이 있다”며 “실리콘밸리 투자동향이 3~5년 후에는 한국벤처 투자동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는 1980년대 후반부터 전자산업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반도체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기술(IT)산업과 전자산업의 중심지로 변모했다. 지금은 세계 벤처기업의 메카로 불린다.
2006년 실리콘밸리의 바이오·의료 업종에 대한 투자 비중은 전체의 28.2%에 달한다. 이는 전년대비 16.3% 증가한 수치다. 당시 한국의 바이오·의료 업종에 대한 투자는 전체의 8.1%에 불과했다. 하지만 8년 후인 지난해 한국의 바이오·의료 업종에 대한 투자는 17.6%까지 높아졌다. 셀트리온(068270)과 레고캠바이오처럼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도 있었지만 이보다 앞서 미국에서 시작된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증가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선행적 모델이 됐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할 때 여러 변수를 생각하는 데 그 중 하나가 미국의 시장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로 셀트리온의 성공이 있었지만 이미 그 전부터 미국 시장의 흐름을 보고 셀트리온에 투자한 회사들이 있었기에 셀트리온이 성공할 수 있었던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셀트리온의 성공이 기폭제가 되서 바이오 분야의 투자가 폭발적으로 커진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의 상징인 IT업종에 대한 투자비중은 지난 2006년 전년대비 2.2% 감소한 48.7%를 기록했다. 닷컴버블의 여파와 삼성전자(005930), 노키아 등 해외 휴대전화 업체의 성장으로 미국내 IT업종에 대한 투자가 하락하게 된 것이다.
IT업종에 대한 벤처투자 비중은 2008년 32.9%까지 하락하다가 2009년부터 반등해 지난해에는 53.9%를 기록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 시대를 연 것이 IT업종 투자 증가를 다시 올린 계기가 됐다.
반면 애플리케이션 제작 등 IT서비스 분야의 벤처투자 비중은 48.4%에 달했다. 김 전무는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시작된 앱 시장의 성장이 IT서비스 업종에 대한 투자를 견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도 실리콘밸리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5년 29.2%였던 IT제조업 투자 비중은 지난해 17.5%까지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IT 서비스 업종에 대한 투자는 8.3%에서 13.5%로 5.2%포인트 상승했다. 김 전무는 “스마트폰의 보급이 미국에 비해 조금 늦었지만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스마트폰 생산 국가로서 IT서비스 분야의 성장성은 향후 몇년간 꾸준히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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