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회에 속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이를 맡고 있다. 하지만 매번 정치적 이해관계 탓에 자의적으로 정해졌다는 지적이 많았고, 추후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유력한 게 획정위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로 하자는 안이다. 다만 이 역시 위헌 논란 등 넘어야 할 과제들이 만만치않다.
선거구 획정, 국회에 두나 외부로 가나
1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의 최종권한을 선관위로 이관하자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총 4건 계류돼있다. 박기춘·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 박성효 새누리당 전 의원 등이 제출한 것들이다.
이 법안들은 획정위원의 대상과 획정절차, 획정위 안의 구속력 등 각론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여야가 선거구를 나누면 안된다”는 문제의식은 같다. 공직선거법 24조에 따라 선거 6개월 전까지 획정위가 국회의장에 안을 제출하는 식의 현행 방식 자체가 ‘고양이에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는 것이다. 획정위는 현역 의원이나 정당원은 배제한채 구성되지만, 사실상 여야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이상민 의원은 “선거구 획정에 정치권의 관여나 영향력 등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법안들은 이번 헌재의 결정을 계기로 논의에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선거구 재조정이 대대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만큼 획정위 문제도 함께 논의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야 각 당의 정치혁신위는 국회 외부의 독립기관에 일임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외부기관의 결정을 국회가 그대로 수용하는 식으로 독립성을 확보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선관위 측은 획정위 권한이 넘어온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상부 선관위 사무총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회에서 합의해 선관위에 맡기면 공정하게 (선거구 획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올초 정개특위서 합의 실패‥위헌 논란도
하지만 실제 입법화가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획정위 이전을 두고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한데다, 위헌 논란까지 있어서다. 실제 이 법안들은 올해초 정개특위에서 논의됐지만, 의원들간 이견만 확인한채 끝났다.
당시 정개특위 산하 지방선거관련법소위에서 이 문제가 언급됐는데, 여당 일각에서는 반대 의사를 표했다.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은 “결국 국회는 (선관위가) 가져오는 의안을 그냥 받아들이라는 것인데, 이는 입법권에 대한 심각한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노근 의원 역시 “다른 데서 결정한 것을 수정없이 하라고 하면 입법부의 심의·의결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면서 “헌법의 문제(위헌)도 같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전향적인 입법 의지를 보인 박기춘·백재현 등 야당 의원들과는 다른 입장인 셈이다.
호주, 선관위서 획정위 운영‥미국은 의회
선관위 산하의 획정위 사례를 참고할 만한 나라는 호주다. 호주는 △선관위 위원 △해당 주(州)의 선거관·고위투표관리관 △해당 주의 토지측량청장 △해당 주의 총감사관 등 4명으로 구성된 획정위에서 선거구를 정하며, 의회는 의결권한 자체가 없다.
선거구 획정에 대한 제안발표(재획정 시작 30일 이내)→의견수렴(14일)→획정안 마련→반대의견 접수(14일)→반대의견 검토 및 최종확정→의회에 최종보고서 제출→최종보고서 공개 등의 절차를 거친다. 행정규칙 차원의 보고서 형태로 만드는 셈이다.
의회가 선거구 획정을 주도하는 곳은 거의 없다. 그나마 주마다 선거구 획정이 다른 미국이 그 대상으로 꼽힌다. 미국의 경우 총 48개주 가운데 25개주에서 의회가 선거구를 획정하고, 나머지 13개주는 별도기구에서 정한다. 미국은 선거구 획정주기가 우리나라(4년) 보다 6년 더 긴 10년이다.
이외에 일본은 획정위가 상설기구로서 정부에 속해있다. 총리가 임명하는 7명이 10년을 주기로 획정을 담당하며, 의회 의결로 확정한다. 총리에게 획정안을 제출하고, 총리가 의회에 보고하며, 의회가 그 안을 의결하는 식이다. 다만 의회가 수정 의결도 가능하도록 했다. 독일의 경우 별도기구에서 획정안을 정하며, 의회는 가부만 결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