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투자자 나소심 씨는 지난해 효도관광으로 남태평양을 열흘 정도 다녀왔다. 그런데 다녀와서 주식 계좌를 열어보니, 산 적이 없는 A 주식 850주가 매수돼 있었다. 1600만원 상당의 금액이었다.
상황을 알고 보니 평소 주식 계좌를 관리해주던 증권사 직원 맘대로 씨가 주식을 사 둔 것이었다. 그동안 주식 거래를 하면서, 맘 직원과 상의를 해 약 200만원의 이익이 생겨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인 상태였다. 그래서 맘 직원이 추천하는 종목을 매수한 적도 있고, 때로는 맘 직원이 먼저 매수하고, 그다음에 보고하는 때도 종종 생기게 됐다. 그러던 찰나 맘 직원은 A 주식을 사기 위해 나 씨에게 전화했지만, 연락되지 않자, 나중에 알릴 생각으로 일단 매수를 하게 된 것.
그러나 금액도 상당히 크고, 열흘이나 자리를 비운 사이 매수했기 때문에 나 씨는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맘 직원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그런데 맘 직원이 “A 회사의 사업 분야가 유망해 보인다.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 설득했다. 이에 돈을 벌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나 씨는 마음이 약해졌다. 그래서 “이 매매는 내가 인정할 수 없지만, 맘 과장 얼굴을 봐서 조금 시간을 주겠다”고 말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이후 수익률도 신통치 않았다. 계속 약세를 보이던 주가는, 어느 날 대형 악재까지 터져 크게 폭락했다. 이에 나 씨는 총 600만원의 손실을 보게 됐고, 맘 직원의 임의매매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Q. 투자자 본인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사고파는 것은 불법매매 아닌가요?
Q. 그렇다면 나 씨도 손해 본 돈을 모두 되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임의매매가 이뤄졌다면, 증권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객이 임의매매를 사후 추인, 즉 어떤 행위가 있는 후에도 이를 용인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객이 임의매매를 사후 추인한 경우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례도 있습니다.
다만, 이번 나 씨의 사례에서처럼, 직원의 부탁으로 상당한 유예기간을 허락한 행위가 임의행위를 추인해 모든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임의매수 행위를 알고도 바로 매도하지 않는 등 일정 시간이 지났다는 점에서 나 씨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은 있는 상황입니다.
Q. 증권사의 임의매매 사실을 알았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임의매매를 알았다면 바로 이의제기를 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많은 투자자는 임의매매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기를 원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익도 누리고 싶어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임의매매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이를 내버려두거나, 직원의 설득을 수용해 주가 상승을 기다리면 사후 추인이 인정돼 직원의 임의매매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됩니다.
Q. 임의매매와 같은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관련한 분쟁을 미리 막기 위해서는 고객 자신이 증권카드, 인감, 비밀번호와 같이 계좌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타인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임의매매 사실을 알았다면, 즉각 이의제기하거나, 거래 중단 등의 조처를 해야 합니다. 또 직원 또한 신뢰관계 등을 이용한 무단매매를 하지 않고, 반드시 위탁자의 동의와 건전한 협의 합에 매매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투자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한국거래소 분쟁조정센터(홈페이지 http://drc.krx.co.kr, 전화 02-1577-2172)를 통해 정확하고 신속한 무료 상담과 조정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