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강호순 등 사형수 한곳에…사형집행 가능성은?

사형시설 점검 이어 사형수 이감 조치
집행 가능성 낮단 의견 지배적이지만
법 실효성 확보 차원서 집행 가능성도
전문가 “여론 전환용 집행 이뤄질수도”
  • 등록 2023-10-05 오전 6:00:00

    수정 2023-10-05 오전 7:51:34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법무부가 흉악범죄를 저질러 장기복역 중인 사형수들을 사형 집행이 가능한 서울구치소로 이감하면서 26년만에 사형 집행이 현실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 강호순의 과거 모습 (사진=SBS/MBC 갈무리)
4일 법무부에 따르면 교정 당국은 최근 미집행 사형수인 유영철·정형구를 대구구치소에서 서울구치소로 이감했다. 유영철은 부녀자 등 21명을 연쇄 살인한 혐의로, 정형구는 자신의 차를 추월했다는 이유로 신혼부부를 엽총으로 사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대구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다. 서울구치소에는 강호순, 정두영 등이 미집행 사형수로 수감 돼 있다. 사형집행권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사형수들의 이감에 맞춰 사형 시설 점검까지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오른쪽) 법무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법조계는 실제 사형 집행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신림동·서현역 ‘묻지마 흉기난동’ 등 흉악범죄가 잇따르자 정부가 범죄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차원에서 사형시설을 점검 했다는 것이다.

사형을 집행한 국가와 외교적·경제적 협력을 거부하는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한 장관은 지난 7월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사형제는 외교적 문제에서 강력하다”며 “사형 집행 시 유럽연합과의 외교관계가 단절될 수 있다”며 집행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냈다.

다만 또다른 일각에서는 집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단 강력범죄에 대한 경고 목적이 있겠으나, 궁극적으로는 집행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법의 실효성 확보 차원에서 연말에 사형이 집행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관측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1990년 초 사형을 집행할 당시 사형수 20~30명 정도를 한날에 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이런 사례에 비춰봤을 때, 미집행 사형수 중 대표적인 흉악범들을 한곳에 모아두는 것은 집행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한상희 교수는 “이태원 참사 등 각종 사회적 참사가 발생하고 경제지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국민적 열망이 큰 사형집행으로 여론 전환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은 사형 제도가 있지만 1997년 12월 이후 집행된 적이 없어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현재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은 미결수 신분의 수감자는 59명으로, 이들 중에는 존속 살해와 총기 난사 등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다수 포함돼 있다. 지난해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77.3%가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이 중 95.5%가 ‘흉악범에 대한 사형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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