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금통위에선 환율 안정과 물가 둔화 흐름에 금리 인상 속도를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낮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내년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동시에 낮춘다면 피봇(정책전환) 기대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통화정책 결정문에 향후 긴축 속도를 늦추겠다는 문구가 반영된다면 이달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는 하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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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금통위, 베이비스텝 유력…긴축 속도 조절 나설 듯
한은 금통위는 24일 올해 마지막 금리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0%에서 3.25%로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10월 두 차례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3.0%까지 오른 만큼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데일리가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국내 증권사 11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1명 중 10명이 0.25%포인트 인상을 점쳤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1~16일 채권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역시 응답자 100명 중 70%가 베이비스텝을 예상했다.
문제는 내년 한은의 기준금리 상단 전망치와 인하 전환 가능성이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인상 사이클의 상단 전망치를 3.5~3.75%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연준이 내년 최소 5.0% 이상의 금리를 예고한 가운데 4.0%까지 한은도 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 보는 기대가 있었지만, 최근 단기 금융시장 경색으로 이 같은 기대는 사라진 모습이다. 이데일리 설문 결과에서도 내년 금리 상단 전망치는 3.75%(중간값)로 집계됐다.
레고랜드 사태, 흥국생명 콜옵션 혼란 등을 거치면서 얼어붙은 단기 금융시장은 정부의 ‘50조원+α’ 유동성 공급 대책 등에도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기업어음(CP) 금리는 21일 기준 5.36%로 2009년 1월 13일(5.37%) 이후 최고치를 나타내는 등 연일 연고점을 갈아치우고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금리는 연 20% 수준까지 올랐다.
내년 성장률, 물가 전망치 하향 조정할까…수정경제전망 주목
만일 한은 조사국이 내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동시에 낮춘다면 이 역시 한은의 피봇 기대감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내년 금리를 3.5%까지 올린 뒤 반년 가량 동결 기간을 가진 뒤 이르면 4분기엔 인하 기조로 전환할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주요 기관들도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으로 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 1.8%), 한국금융연구원(1.7%), 하나금융경영연구소(1.8%), 피치(1.9%), 한국경제연구원(1.9%) 등은 모두 1%대 중후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2일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지난 9월말 대비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0%대의 극단적인 전망도 있다. ING은행은 내년 미국(-0.4%)과 유럽(-0.7%)의 역성장을 전제로 내년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0.6%로 제시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더 길고 높은’ 금리 인상 경로를 예고하면서 긴축 속도를 늦추더라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억제 효과를 가져가려고 애쓰고 있는 만큼 이 총재 역시 내년 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하려 애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기가 급격히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단기 금융시장 경색도 이어지면서 내년말로 갈수록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