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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연간 매출액의 30%에 가까운 계약건들이 한순간에 날아갔다. 지난 6월 정부가 화재원인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명확한 원인을 지목하지 못하면서 A사와 같은 중소 ESS업체들은 벼랑 끝으로 몰린 상황이다. A사 임원은 “화재 문제를 확실히 밝히지 못한 정부와 배터리업체들로 인해 중소 태양광사업자들과 중소 ESS업체들만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보급만 급속도로 늘려놓고, 정책 집행의 문제점에 대해선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재생에너지 확산 등을 골자로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전환 로드맵’이 만 2년을 맞았다. 지난 2년여간 신재생에너지 비중과 저변을 확대시키긴 했지만 ‘과속 추진’으로 곳곳에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는 모습이다. 보급 속도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산업생태계 육성과 보호에도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속도가 빠른 만큼 이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늘고 있는 게 문제다. 대표적인 사례가 ESS 화재다. ESS는 정부가 신재생발전 확산을 위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설치를 적극 장려했던 시스템이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총 26건의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하며 중소 태양광발전사업자·ESS업체들만 고사위기에 몰렸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산업생태계를 육성하는 종합계획 없이 보급 속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자칫 잘못하다간 자국 재생에너지 시장이 다 죽어버린 영국의 뒤를 따라갈 수 있다”며 “정책 운용 과정에서 세세한 부작용들을 짚어보고, 해결하면서 속도 조절을 해야 ‘재생에너지 3020’ 비전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