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시장에서 기반을 다져온 김 대표는 올해를 해외시장 진출 원년으로 삼고, 당초 중국시장 공략을 우선 추진키로 했었다. 지난달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대규모 신제품 론칭 행사도 계획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영향으로 중국에서의 행사를 급작스럽게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부랴부랴 베트남 등 동남아시장으로 고개를 돌린 김 대표는 그곳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주력하면서 상대적으로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낮게 본 것이 사실”이라며 “중국에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더 큰 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시장을 겨냥해 제품 수출에 주력해온 국내 중소기업들이 동남아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예상보다 심각해지면서 현지에서의 사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중국 사업 비중을 줄이는 대신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 적극 진출해 올 한해 해외에서 거둬들이기로 한 목표 실적 달성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뷰티와 패션, 생활필수품, 의료기기 등에 주력하는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이 최근 동남아와 중남미, 중앙아시아, 중동 등지에 거점 설립을 추진하거나 현지 업체와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전시회에 참가해 현지 진출을 타진하는 경우도 있다.
이바울 비엔디생활건강 회장은 “올해 초 러시아 업체 요청으로 세제혁명 등 일부 제품을 항공편으로 보냈고 이 물량이 현지 홈쇼핑을 통해 2차례 방영, 전량 매진으로 이어졌다”며 “최근 중국 베이징 전시회에 참가해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했는데, 뜻밖에 러시아 등 신흥국가에서 희소식이 전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기기업체인 원텍 역시 최근 베트남 업체와 총 450만달러에 의료기기 및 기능성화장품 등을 공급키로 계약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318억원 가운데 중국 비중이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그동안 중국시장에 주력해왔다.
죽염전문기업 인산가는 중동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달 초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식품박람회에 처음 참가했다. 인산가 역시 올해를 해외시장 진출 원년으로 삼고, 첫 타깃으로 중국시장을 선정했다. 하지만 최근 중동과 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 249억원 중 2% 수준이었던 수출 비중을 올해 6%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김한수 중기중앙회 통상본부장은 “사드 보복 문제로 국내 중소기업들의 중국 통관 지연 등 비관세 장벽이 높아진 것을 체감한다”며 “중국 공안이 현지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들을 자주 방문해 각종 조사를 진행하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간에 중국과의 교역 물량을 줄이긴 힘들겠지만 점차 중국 비중을 줄이고 단계적으로 수출 국가를 다변화해야 할 시점”이라며 “신흥국가 중에서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지리적 이점은 물론 우리나라와 문화도 비슷해 적극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