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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1. 서울 강남의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6년 차 직장인 정이라(34·여) 씨는 퇴근 후 회사 인근의 헬스장으로 직행한다. 대학에 다닐 땐 헬스장 문턱도 넘어가본 적이 없지만 2년 전부터 근육 만들기에 푹 빠졌다. 입사한 뒤로는 매일 야근과 회식의 연속이었다는 정씨는 “일의 만족도와는 별개로 반복적인 일상에 회의를 느꼈다”며 “단순히 살을 빼는 게 아니라 건강한 삶을 되찾고 싶었다”고 했다. 정씨는 운동을 시작한 계기로 저질 체력을 꼽았다. 그녀는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던 터라 자신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력을 키우니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더라. 몸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2. 취업준비생인 김유미(26·여) 씨는 몸무게 10kg 감량이 목표다. 취업공부를 이유로 외출을 피하고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 있다 보니 급격히 살이 찐 것. 김씨는 “졸업 후 불과 1년 만에 체중이 12kg 이상 늘었다”며 “‘살 좀 빼라’는 주변의 타박도 듣기 싫고 당장 올 하반기 취업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무작정 굶었는데 요요만 오고 건강만 나빠지더라. 지난달부터 체계적인 몸 관리를 하기 위해 근육운동을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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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슬퀸 열풍이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불과 몇달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여성이 군살 없는 마른 몸매를 원했다면 최근엔 이른바 ‘애플힙’으로 대표되는 근육질 몸매를 만들려는 20∼30대 여성이 늘고 있다. ‘마른몸’은 가고 ‘건강미’가 대세가 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몸짱 연예인이 다닌다는 강남 일대 유명 피트니스센터의 이용자 중 절반 이상이 여성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지난 11일 찾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피트니스센터도 다르지 않았다. 유명 트레이너가 상주해 종합체력을 키우는 ‘크로스핏’ 운동법으로 유명한 이곳은 퇴근 무렵이 되자 남녀 직장인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센터에서 운영하는 단체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트레이너에게 PT(Personal Training·개인지도)를 받아 자신에게 최적화한 방법으로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남예은 코치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70∼80%가 남성이었는데 최근에는 55대 45 정도로 남녀비율이 비슷해졌다”며 “특히 여성들이 과거처럼 마른 몸매보다는 근육운동을 통한 머슬형 몸매를 원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일반 헬스장은 몸을 만드는 운동기구를 배치한 반면 PT는 미적 기능보다 몸의 근육을 키우도록 고안했다. 회원의 수준과 연령, 경험에 따라 목표운동·강도를 조절하는 식이다.
남 코치는 “신체 기능을 키우면 미적 형태가 따라온다”고 말했다. 일반 헬스가 보통 걷기 20∼30분, 스트레칭 10분, 근력운동·유산소운동 등을 하면 대개 2시간 정도 소요하는 편. 이에 비해 PT 같은 경우 적은 시간으로 최대의 운동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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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헬스장보다 PT 만족감 커
한달 평균 비용은 20만∼40만원. 적지 않은 비용에도 회원들은 “돈이 아깝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 헬스장은 6개월, 1년 단위로 등록했다가 결국 작심 한달도 못 가 포기하는데 여기선 자세도 잡아주고 제대로 몸을 관리 받는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 회원이 가장 많은 날은 역시 월요일. 시간대는 점심시간과 퇴근 직후 등 두 타임이란다. 주말 동안 제대로 운동하지 못한 자기반성의 측면에서다. ‘불금’의 금요일이나 겨울철에는 아무래도 출석률이 떨어진단다.
한 스포츠업계 관계자는 이제 곧 여름이 오면 머슬 열풍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봤다. 다만 “외모도 스펙인 시대에 머슬이란 미의 기준이 또 다른 외모 마케팅으로 작용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면서도 “어쨌든 건강한 몸, 땀을 흘린 대가를 추구한다는 면에서는 오랜만에 반길 만한 열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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