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하루 앞둔 24일, 문 대표는 이날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집중국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조금 더 시간을 주세요. 이제 대표부터 대상이 됐으니 좀 생각해봐야죠”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부산역에서 열린 부산시당 추석 귀경인사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다른 선택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앞서 문 대표는 23일 당 혁신위의 부산 출마 권유에 “심사숙고 하겠다. 우리 당의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누구나 희생하고 근심하고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원칙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조금 더 시간을 달라고 하고 어떤 선택도 회피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불출마에서 부산 출마쪽으로 기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이었던 조국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문재인-안철수 쌍끌이’가 보고 싶다”며 “만약 두 사람이 낙선하더라도 비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권 후보로서의 위상도 그리 약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출마를 압박했다. 조 교수는 부산 출마에 전향적 입장을 밝힌 문재인 대표에 대해 “내년초 쯤 여야 대진표가 짜지고, 문재인이 부산 지역 어디로 가는 것이 부산 판 전체를 달구는 데 제일 좋은가를 검토한 후 결정해야 한다”며 “추석 연휴가 끝난 후 문재인이 부산으로 내려간다는 점은 분명해지면 좋겠다”고 연휴 직후 입장 표명을 기정사실화했다.
전망은 엇갈린다. 측근들도 제각각이다. 당직을 맡고 한 의원은 “19대 총선 때 문 대표가 후보로 출마해 낙동강 벨트 전략을 썼다. 그것 때문에 몇 백표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서울에 올라와 지원을 못했다. 당 전략단위에서 권고를 했지만 한 번도 올라오지 못했다. 그런 손실들이 있었다. 그런데 대표를 또 다시 낙동강 벨트에 묶어서 하는 것이 옳으냐, 아니면 전국을 다니면서, 수도권 접전지를 다니면서 여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게끔 하는 것이 옳으냐는 문제는 그야말로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 한 측근은 “전략적으로 보면 대표가 선거를 리딩하는데 부산에 묶이면 선거를 치를 수 없다. 단순하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선거는 어떻게 하라고, 다 대표가 와서 지원유세를 하기를 바랄 텐데, 무장해제 시키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문 대표가 지금은 정치적 명운을 걸고 나서야 할 때라는 의견도 있다. 문 대표 다른 측근은 “대표되면서 약속한 것이 ‘총선승리 하겠다.’ ‘당을 재건하겠다.’ 두 가지를 약속했다. 지금은 운명을 걸고 나서야 할 때다. 되든 안 되든, 문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자기승부를 해야 한다. 그게 당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사상으로 갈거냐 영도로 갈거냐는 문제는 대표가 결심하고 결단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 대표가 결단하면 안철수 전 대표 등 전직 대표들의 결심도 견인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측근은 “(문 대표가 가면) 안 전 대표도 당연히 갈 것이다. 다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안 가면 안 전 대표는 (당원과 유권자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문 대표가 가면 안 전 대표도 갈 것이다. 그러면 부산에서 선거를 치를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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