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며칠 만에 ‘강제노역’ 부인한 일본 정부

  • 등록 2015-07-08 오전 3:00:00

    수정 2015-07-08 오전 8:21:35

일본 정부가 과거 조선인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노역’을 부인하는 데서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 적극 설명할 방침이라고 한다. 며칠 전 독일 유네스코 회의에서는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도 금방 말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잠시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던 한·일 관계가 이로 인해 다시 경색되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가 토를 달고 있는 것은 자기네 대표단이 성명을 통해 밝힌 영어 표현이다. ‘의사에 반해(against their will) 끌려간’ 한반도 출신자들이 ‘노동을 강요당했다’(forced to work)라고 밝히고도 이것이 국제노동기구(ILO)가 금지하는 강제노동 범주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는 한반도에 대한 식민지배가 합법이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설명부터가 궤변이다. 전시의 ‘국민징용령’에 근거를 두고 이뤄진 동원이므로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강변이다. 일본 정부가 문제의 성명을 일본어로 번역하면서도 강제성을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원하지 않는데) 일을 하게 됐다”는 표현을 썼다고 한다. 자기네 국민들까지 속이려 드는 셈이다.

이런 논리는 식민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노선과 맥이 닿아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조선인 강제노동 사실은 이미 일본 법원들도 인정한 사실임을 기억해야 한다.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개인들의 청구권 문제가 종결됐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강제노동 자체는 사실로 인정한 판결이 한두 건이 아니다.

일본과 사사건건 충돌하는 것이 유감이지만 우리도 그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외교부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게시했다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문제가 터지면 사후적으로 대처하는 방식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유네스코 당국으로 하여금 일본의 처신에 대해 엄중 경고하도록 외교 노력을 펴야 한다. 일본은 결코 잘못된 과거와 역사로부터 도망칠 수 없음을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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