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대한 강한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증권가는 하반기에도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결정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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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공시 건수는 신규 기준 9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인 59건 대비 약 55% 늘어난 수치다. 공시 건수가 늘어난 만큼 자사주 소각 금액도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미 소각되거나 소각이 예정된 금액은 6조 7704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 5786억원 대비 162.5% 늘어났다.
국내 기업들이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자사주 소각에 나섰다는 의미다. 통상 기업의 자사주 소각 결정은 없어진 주식 규모만큼 주당 가치가 증가해 배당과 더불어 대표적인 주주 환원 정책으로 손꼽힌다.
이밖에 창사 이래 첫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기업도 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창립 후 처음으로 전체 상장사 중 가장 큰 793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HD현대건설기계(267270)와 에스엠(041510)도 창사 후 첫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십수년 만에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곳도 있다. NH투자증권(005940)은 지난 2011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 자사주 소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코스닥에도 ‘밸류업’ 분위기…“하반기에 더 늘어날 것”
코스피 대형사를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 결정이 이어지자 이 같은 분위기가 코스닥 상장사에도 번지고 있는 모습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코스닥 기업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 체결 결정은 신규 기준 55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89건으로 약 61% 늘었다. 일반적으로 코스닥 기업은 현금 흐름이 좋지 않고, 기술 중심의 성장주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자사주 소각보다는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 체결을 활용한다.
물론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 기간 만료나 계약 이후 자사주를 그대로 보유하는지 혹은 자사주를 처분하거나 소각하는지 등을 면밀하게 봐야 하지만, 절대적인 수치가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밸류업 프로그램의 영향이 코스닥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 체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에 자사주 소각과 같은 주주 환원 정책에 동참하는 기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밸류업 세제혜택의 윤곽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주요 골자는 직전 3개년 평균 대비 배당 및 자사주 소각 규모를 5% 이상 확대한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감면해주고, 해당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은 배당 증가분에 대해서 소득세 혜택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법 개정 사안으로 야당의 협조를 통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지만, 진통이 있을지라도 큰 방향성에는 변화가 없으리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중론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시장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주주 환원에 대한 기업의 시각이 변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이러한 주주 환원 움직임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