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부수석] 국악에서 타악기의 역할은 무엇일까. 음악을 이끌어가는 지휘자로, 관현악기를 둘러싼 음향을 관장하는 조력자로, 때로는 반주자로 언제나 함께하는 악기가 타악기이다. 특히 장단 기반의 음악인 국악에서 타악기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타악기 주자에 대한 조명은 어떤가. ‘일고수 이명창’이라는 말처럼 고수 즉 타악기 연주자의 위상은 모두가 알지만, 실질적으로 우리는 타악기 연주자의 한쪽 측면만을 보곤 한다.
‘김인수의 장단소리: 정면(正面)’은 전통 타악기와 장단의 매력을 마음껏 뽐내고 관객과 정면으로 마주하고자 한 김인수의 첫 번째 타악기 콘서트이다. 지난 5월 2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 공연은 우리가 놓치고 있던 타악기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장르를 넘나들며 전천후로 활동하는 대표적인 타악기 연주가에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쌓여가는 목마름이 있었다. 대부분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거나 타악기의 특성상 혼자서 연주할 수 있는 구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공연은 총 5개의 곡으로 구성됐는데 각 곡을 통해 그가 그동안 마음에 품어왔던 위시리스트들을 하나씩 풀어냈다.
| ‘김인수의 장단소리: 정면’(사진=비온뒤). |
|
첫 번째 곡인 이예진 작곡의 ‘기우’는 기우제를 지내는 제사장의 역할을 맡은 타악기 연주자와 관현악의 협주곡이다. 명불허전의 연주력뿐만 아니라 솔리스트로서의 역량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두 번째 곡인 ‘고법, 산조’에서는 소리북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담아 가야금, 거문고 산조 병주와 합을 맞추었다. 장고보다 동작이 큰 소리북의 연주 모습은 마치 산조의 유려한 음률과 함께 춤을 추듯 역동적 울림을 선사했다. 세 번째로 연주한 강준일 작곡의 ‘피아노와 사물을 위한 모음곡 열두거리’는 장고와 피아노의 이중주로 선보였다. 피아노의 과감한 장단 표현은 수평적 장단이 수직적으로 확장되며 큰 공간감을 선사했고, 경기도당굿 장단이 더욱 화려하게 다가왔다.
| ‘김인수의 장단소리: 정면’(사진=비온뒤). |
|
네 번째 곡 ‘쇠접시와 산란광’은 본 공연을 위해 위촉 초연된 곡으로 작곡가 황재인의 작품이다. 꽹과리 그 자체로서의 본질과 의미를 탐구하고 새로운 소리를 찾고자 의뢰한 이 작품은 심도 있고 재기발랄한 황재인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공연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는데, 백여 개의 꽹과리로 장식한 무대와 밝은 조명에 반사되는 예측불허의 빛들, 그 아래서 숨은 보석을 찾듯 새로운 소리를 찾아 몰두하는 단 한 명의 연주자. 세상의 모든 음악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확장되고 발전하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 곡인 ‘삼도장단소리’는 김인수가 구성한 작품으로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목소리로부터 악기와 장단이 생겨나는 과정을 구음, 장고, 세트드럼, 무용과 함께 표현했다. 타 장르와의 협업 무대는 앞으로 김인수가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의 하나이다.
정성스레 준비한 공연은 언제나 감동을 준다. 김인수의 첫 도전은 심도 있게 타악기를 감상하고자 하는 관객들에게도, 본인만의 음악적 방향을 찾아가고자 하는 음악가들에게도 큰 울림으로 남았다. 달오름극장을 만석으로 장식한 티켓 파워와 매 곡 터져 나오는 박수와 탄성이 이를 증명했다. 단단한 연주력은 말할 나위 없고, 구성과 무대 연출, 의상, 조명 모든 것에서 그의 진심이 묻어났다. 장단과 타악기의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 다양한 쓰임을 위한 탐구의 필요성 등 돌파구를 찾고자 내딛는 김인수의 첫걸음을 마음 깊이 응원한다.
| ‘김인수의 장단소리: 정면’(사진=비온뒤). |
|
| ‘김인수의 장단소리: 정면’(사진=비온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