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일보는 3·1운동 4주년인 1923년 3월 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선봉’이라는 이름으로 창간된 이후 1937년 고려인 중앙아 정주를 거치면서 1938년 크즐오르다에서 발간이 재개됐고, 1991년 구소련 붕괴 후 ‘고려일보’로 제호를 바꿔 오늘에 이르기까지 100년 동안 동포사회의 한글 지킴이와 소식지 역할을 계속해오고 있다. 한반도 역외에서 발간되는 동포신문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고려일보는 현재도 카자흐스탄과 구소련 전체 고려인 언론을 대표하는 중요한 매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려인은 구소련 지역에 거주하는 재외 동포다. 이들은 1863년에 조선에서 러시아 극동지역으로 이주했고, 이후 1937년 스탈린에 의해 강제이주당했다. 그 후 중앙아시아 등지에 정착했고 소련 해체 이후 구소련 각국에 거주하고 있다.
올해 2월 필자는 카자흐스탄 국립도서관에서 개최됐던 고려일보 100주년 기념 특별 전시에 참석했고, 100년간 잘 보전된 그간의 기록들과 자료들을 살펴보았다. 행사에 참석한 고려일보 원로들을 통해 ‘선봉’ 기자들이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한글 신문의 명맥을 잇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납 활자를 챙겨온 유명한 일화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격동과 수난의 역사 속에서도 우리 말과 글을 지키고, 한민족의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해 동포들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를 실감하게 하는 행사였다.
독립운동과 이주사를 기록하며 지난 100년 동안 블라디보스토크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고려인들의 고난과 영광을 함께하며 그 곁을 지켜온 고려일보가 새로운 얼굴과 계획으로 향후 100년을 위해 더욱 의미 있는 역사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생각된다. 올해 예정돼 있는 다양한 100주년 기념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고려일보가 고려인 사회의 연대와 자긍심을 강화하고,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가교 역할을 지속해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