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넥스트레이드를 환영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동일기능, 동일규제라는 원칙입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오는 2025년 출범하는 대체거래소(ATS)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경쟁과 협력의 전제조건을 강조했다. 바로 ‘동일기능-동일규제’가 손 이사장이 내세운 전제조건이다.
|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
|
한국 자본시장은 1956년부터 한국거래소 독점체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넥스트레이드의 투자중개업 예비인가를 의결하면서 수십년간 이어져 온 거래소 독점구조가 깨지게 됐다. 손 이사장은 “(넥스트레이드는) 경쟁상대이기도 하고 협력대상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넥스트레이드는 상장 심사·청산 결제·시장 감시 기능은 하지 않고, 주식 매매 체결만 담당하기 때문이다. 손 이사장은 “안정적인 운영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넥스트레이드가 정착하는 과정이 예상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이사장은 “이미 한국거래소의 매매체결 속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고 수수료 역시 국제적 기준에서 낮은 편”이라며 “이것을 출혈경쟁해서 승리를 점하는 것은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넥스트레이드가 거래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확대하고 최종적으로 24시간 거래를 도입하겠다고 하는 점에 대해서도 “제도상 허용이 안 되는 것일 뿐, 한국거래소가 못 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24시간 거래는 회원사인 증권사 역시 24시간 남아 있어야 하고 거래소 역시 시장 감시와 공시 관리를 해야 가능하다. 손 이사장은 “노동 이슈가 있어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미드포인트(Mid-Point) 주문에 대해서도 “제도상 허용이 안 되는 것”이라며 “만일 넥스트레이드에 미드포인트나 다크풀거래(주식 시장에서 장 시작 전 기관투자자의 대량 매수 매도 주문을 받은 후, 장 종료 후 당일 거래량 가중평균 가격으로 행해지는 거래) 등을 허용하면 한국거래소에도 허용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경쟁을 통한 발전은 필요하지만 경쟁은 공정해야 한다”면서 “신생기업을 키워주겠다는 이유로 오히려 한국거래소가 역차별을 당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당국을 만날 때마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넥스트레이드의 초대 대표를 맡은 김학수 대표는 손 이사장(행시 33기)의 행시 한 기수 후배로 손 이사장이 가장 아끼는 후배 중 하나다. 손 이사장은 “넥스트레이드는 물론, 김 대표도 응원한다. 아주 각오가 대단하다”라면서도 “서로 균형을 찾는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