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아파트가 전국적으로 1년 새 무려 56.1% 늘어났다.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이 그 대상이다. 올해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되는 공동주택은 모두 21만 9000여채로, 지난해에 비해 8만채 증가했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발표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에 따라 똑같은 집에 살면서도 과세 대상에 포함된 경우가 한꺼번에 절반 이상이나 늘어난 것이다. 집값이 그만큼 오른 데 따른 조치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정책 방향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정부가 2005년 종부세를 처음 도입한 취지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해 서민 주거생활이 안정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오히려 1년 만에 과세 대상이 대폭 늘어나게 됐다면 당초 취지와는 상당히 어긋난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집값이 1억~2억원 올랐다고 해서 별도로 현금이 생기는 것이 아닌데다 집이란 생활 터전이어서 교체하기도 쉽지가 않다. 그런 까닭에 집이 한 채뿐인데도 종부세를 새로 내야 하는 처지로서는 생돈이 들어간다는 부담감을 떨쳐낼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정부로서도 정책 시행의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전국 공시가격 상승률이 5.32%로 지난해보다 0.3%포인트 오른 데 그쳤고, 시세를 반영하는 ‘현실화율’도 68.1%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예년과 비슷하므로 크게 잘못이 없다는 식이지만 새로 종부세를 내야 할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더구나 집값 상승분을 감안했다고 하면서도 같은 지역에서도 적잖은 편차가 확인된다. 형평성을 잃은 들쑥날쑥 정책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별다른 수입 없이 연금 등에 의지해 살아가는 은퇴자·고령자에게 그 부담이 더욱 절박하기 마련이다. 건강보험료 납부와 기초연금·국가장학금 등 부동산 가액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각종 혜택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집값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에 맞춰 중산층이 과도한 세금 부담을 지지 않도록 종부세 부과 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장기간 거주한 1주택자에 대해서는 그 기준치를 더욱 높여 주거 안정성을 보장해 주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