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파장 몰고 온 강봉균式 양적완화 파격

양적완화 공약 핵심은 '중앙은행 역할론 변화'
발권력 남용 전례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
일각서 비전통적 거시정책 필요성 주장도 나와
  • 등록 2016-03-31 오전 5:00:25

    수정 2016-03-31 오전 5:00:25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경제관료 시절부터 복잡한 문제의 핵심을 간명하게 꿰뚫는 능력이 탁월했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꾀주머니’였다. 머리 회전이 그만큼 빨랐다. 재정경제부 장관(1999~2000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2001~2002년) 등을 지낸 자부심도 강하다.

그런데 강 위원장은 좋고 싫음이 분명했다. 특유의 꼼꼼함도 관가에서 정평이 나 있었다. 한마디로 스타일이 강했던 것이다. 강 위원장이 후배들로부터 ‘덕장(德將)’보다는 ‘지장(智將)’ 평가를 받았던 이유다.

강 위원장의 예상치 못한 ‘깜짝 카드’인 한국판 양적완화(QE)는 특유의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있는 공약이다. 정부마저 ‘노코멘트’로 부담스러워하지만 강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자신감도 보이고 있다. 강 위원장이 제시한 ‘가보지 않은 길’이 경제계에 몰고 온 파장은 생각보다 커 보인다.

발권력 남용 전례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

강 위원장이 내세운 양적완화의 핵심은 ‘중앙은행 역할론의 변화’다.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산업금융채권과 주택금융공사의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한은이 직접 매입하겠다는 게 공약상 명시돼있다. 다만 이건 하나의 예일 뿐이라는 게 강 위원장의 생각이다. 방법을 찾자면 더 찾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강 위원장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중앙은행은 양적완화를 통해 돈을 늘리고 있다”면서 “(한은도 기준금리에만 매달리지 말고) 어떤 부분을 어떻게 양적완화를 했는지 봐야 한다”고 했다. 양적완화 공약을 굽힐 뜻이 없다는 의지다.

사상 초유의 정책이니 만큼 이런저런 난관들이 거론된다. 당장 현행법상 실행이 가능한지 여부다. 한은법 76조를 보면, 한은은 원리금 상환에 대해 정부가 보증한 채권을 직접 인수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정부가 산금채와 MBS에 보증을 서야 한다는 얘기다. 한은 내부에서도 산금채는 그나마 현행법상 보증을 설 수 있는 길이 있지만 MBS는 불가하다는 기류가 만연해있다. 현행법만 놓고 보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다만 현행법 문제는 그리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라는 얘기도 없지 않다. 대다수 선거공약의 이행방법 자체가 법 개정 혹은 제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총선은 예비 국회의원들이 입법의 방향을 국민들에게 어필하는 이벤트다.

오히려 훨씬 더 중요한 건 발권력 남용 문제다. 발권력은 한은만이 갖고 있는, 돈을 찍어내는 능력이다. 당연히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그 부담은 국민에 전가된다. 발권력의 유혹은 한 번 발을 담그면 자꾸 눈이 가게 될 가능성도 크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처럼 복잡한 국회 의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돼서다. 경기 부양이 급한 정부 입장에서는 더 그렇다.

그래서 한은이 이같은 발권력을 쓴 건 외환위기 당시 뿐이다. 누구나 공감하는 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발권력 동원은 비상사태가 아니면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은 사람들도 “지금 우리나라가 일본 유럽 같은 위기는 아니지 않느냐”고 강조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가 비(非)기축통화국이라는 한계도 분명히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양적완화를 통한 유동성이 해외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기축통화국과 큰 차이점이다.

일각서 비전통적 거시정책 필요성 주장도 나와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한은의 역할론 변화 측면에서 긍정론도 나온다. 전통적인 거시경제 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만큼 새로운 시도를 고민하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인사는 “거시경제 정책의 타이밍을 놓친다는 지적은 항상 있지 않느냐”면서 “한은에도 강한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 위원장의 파격 공약은 “나라 경제가 이런데 한은은 숨어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정치권 일각의 볼멘소리를 대변하는 측면도 엄연히 있다.

만에 하나 강 위원장이 양적완화 정책을 최우선 경제공약으로 밀어붙이고 총선에서 압승한다면, 논의의 차원이 한 단계 더 올라갈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신임 한은 금융통화위원 후보자들은 대체로 친(親)정부 색이 강하다.

기재부와 한은의 내부 기류도 약간의 온도차가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에서 기자들과 만났지만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다만 내부에는 한은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특유의 심리가 없지 않아 보인다.

한은은 대놓고 반박하지는 않지만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주열 총재는 30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양적완화 공약은 한은이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데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다만 한은도 우리 경제에 활력을 회복하도록 하고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시선집중 ♡.♡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