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교수 타계(종합)

15일 서울 목동 자택에서 암 투병 중 별세
한국 사회 시대적 담론 이끈 지성인 평가 받아
성공회대학교 내 성당에 빈소 마련 18일 발인 예정
  • 등록 2016-01-16 오전 1:17:51

    수정 2016-01-16 오전 1:17:51

15일 타계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사진=신영복 교수 공식 홈페이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를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 1985년 8월 계수님께 일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의 책을 통해 한국 사회에 성찰의 메시지를 전한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타계했다. 향년 75세.

신 교수는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서울 양천구 목동의 자택에서 투병 중이었다. 최근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끝내 숨졌다.

경남 밀양이 고향인 신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관으로 일하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1988년 8.15 광복절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할 때까지 20년 20일을 복역했다.

신 교수는 출소 후 감옥에서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썼던 엽서와 글들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으로 묶어내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전도 유망했던 경제학도가 시국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수로 살면서 겪었던 내면의 성찰을 담담하고 간결하게 담은 책은 이내 80년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가 됐기 때문이다.

1989년부터 성공회대에서 정치경제학, 사회과학입문, 중국고전강독을 강의하며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1·2’, ‘강의-나의 동양고전독법’, ‘처음처럼’, ‘변방을 찾아서’ 등의 책으로 독자들도 만났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담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8년 사면복권 됐으며 서예에도 조예가 깊어 신 교수의 필체로 만든 ‘신영복체’가 시중에 나오기도 했다.

2006년 성공회대에서 정년퇴직한 이후도 석좌교수로 강의를 계속했지만 2014년 암 진단을 받으면서 그 해 겨울학기를 마지막으로 강단에서 내려왔다. 암 투병 소식은 지난해 4월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라는 부제를 단 유작 ‘담론’을 출간하면서 공개됐다.

‘담론’은 ‘시경’,‘주역’,‘논어’, ‘맹자’,‘한비자’ 등의 동양고전을 바탕으로 현대사회를 돌아본 1부 ‘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과 감옥 생활에서 체험한 배움과 깨달음을 엮은 2부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로 구성한 책으로 신 교수의 사상을 집대성했다. ‘담론’ 발간 이후 사실상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고인은 지난해 7월 만해상 수감을 통해 투병 중인 심정을 담담히 전했다.

“이번의 수상은 나로서는 기쁜 것이기보다는 상처가 되살아나는 아픔이었습니다. 행여 모순의 현장과 아픔의 유역을 비켜가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을 안겨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는 상을 받기보다는 벌을 받는 것으로 일생을 끝마치려고 하고 있기도 합니다. 벌을 받고 떠나는 삶이 우리시대의 수많은 비극의 사람들에게 그나마 덜 빚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빈소는 성공회대내 성공회성당에 마련할 예정이며 장례는 성공회대 학교장으로 18일 오전 치뤄진다. 유족으로는 부인 유영순(68)씨와 아들 지용(26)씨가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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