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형 IT시장 장악한 ‘중국’ 미래성장형 산업까지 위협

배터리·체중계서 퍼스널 모빌리티·전기자전거·드론까지 영역 확장
“국내 산업은 규제와 저가공세로 고사 위험”
  • 등록 2015-12-18 오전 6:00:00

    수정 2015-12-18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영환 장종원 기자] 저렴한 가격과 준수한 성능을 무기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산 IT제품의 국내시장 잠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산 제품이 보조배터리나 체중계 등 소형 IT 가전 영역을 넘어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나 전기자전거, 드론 등 국내 미래성장형 산업까지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려 관련 사업을 아예 포기하거나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형 이동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중국산 제품의 국내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초저가 전략으로 시장파괴자라 불리는 샤오미가 내놓은 ‘나인봇 미니’가 대표적
중국에서 1999위안(한화 35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나인봇 미니. 국내에서는 최근 론칭돼 판매에 돌입했다.
이다.

1999위안(35만원)에 불과한 나인봇 미니는 해외직구와 국내 수입유통사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산업이 법과 제도, 도로 상황 등에 발목 잡혀 성장의 기회를 얻지 못한 사이 중국산 제품의 국내 시장 잠식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

나인봇 제품 일부를 국내에 수입·판매하는 이형록 스타플릿 대표는 “성능이 낮을 것이라고 치부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현재 국내 기술로 나인봇을 만들면서 국내 메이커들이 이와 비슷한 가격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중국산 초저가 전기자전거의 국내 진출도 임박했다. 샤오미는 최근 전기자전거 업체 즈싱처(zhixingche)와 협업을 통해 전기자전거 ‘운마’ 시리즈를 내놨다. 이중 ‘운마C1’ 제품은 가격이 불과 36만원으로 국내 전기자전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가격대는 국내 전기자전거에 쓰이는 배터리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국내 관련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중국에서 36만원에 판매되는 샤오미의 전기자전거 ‘운마C1’. 국내 전기자전거 모델 가격의 3분의1 수준이다.
한 수입유통사 관계자는 “국내 시장 반응을 살핀 뒤 제품을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라면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천리자전거(024950)알톤스포츠(123750) 등 국내 전기자전거 제조업체들은 “아직 중국산 전기자전거의 성능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가격이 낮아도 너무 낮은 수준”이라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래 성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드론 역시 DJI를 선두로 한 중국이 빠르게 국내 시장을 접수하고 있다. 이미 국내 민간 드론시장의 80%를 중국산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드론 생산업체인 홍세화 바이로봇 이사는 “중국산 드론이 작년말부터 국내에 본격 들어와서 드론 가격을 하향평준화 시켜버렸다”면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제품은 중국산 모델에 가격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드론이나 전기자전거 등은 국내법마저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법이 산업 발전을 따라가고 있지 못하는 사이 중국산 제품이 가격 경쟁력에 성능까지 갖추면 국내 제조업체는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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