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문화가 光난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가보니

광주에 밝힌 '빛의 숲
연면적 16만㎡ 국내 최대 규모
채광정 통해 어디나 빛 쏟아져
문화창조원·정보원 등 4개원
인력부족·정체성확립 과제
  • 등록 2015-09-07 오전 6:15:35

    수정 2015-09-07 오전 7:27:50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시설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10년 만에 베일을 벗었다. ‘빛의 숲’을 콘셉트로 건립됐으며 아시아공연예술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사진=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지난 4일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시설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문화전당)이 문을 열었다. 2005년 12월 국책사업으로 첫삽을 뜬 지 10년 만이다. 개관일에 맞춰 찾은 문화전당은 옛 전남도청 건물을 재단장하는 민주평화교류원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은 민주평화교류원을 제외한 4개 시설을 이날 전국에서 온 방문객에게 처음으로 공개했다. 총 7000여명이 문화전당을 찾았다.

문화전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약한 ‘광주문화수도육성’의 핵심시설로 건립됐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터에 들어섰다. 부지규모는 13만 5000㎡(약 4만 781평), 연면적 16만 1237㎡(약 4만 8774평)으로 국내 문화시설 가운데 가장 큰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연면적 13만 7255㎡)과 예술의전당(12만 8000㎡)을 압도한다. 투입한 예산만 8000억원. 개관 뒤에도 연 운영비가 800억원, 운영인력은 4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총 5개원 구성…“흥미로운 실험 이뤄지는 예술공장”

문화전당은 재미교포 건축가 유승규 씨가 설계한 ‘빛의 숲’을 콘셉트로 했다. 곳곳 천장에 채광정을 설치해 늘 ‘빛’이 있는 공간으로 꾸민 것이 눈에 띈다. 구성은 16가지 형태로 좌석배치가 가능한 ‘가변형’ 아시아예술극장(대극장 1120석, 중극장 520석), 창작·전시 공간인 문화창조원, 연구와 지원센터 역할을 하는 문화정보원, 어린이의 꿈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어린이문화원,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를 나누는 민주평화교류원 등 총 5개원으로 조성했다. 이들 시설은 작품준비를 해야 하는 일·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하루 3회 내외부 공간과 시설을 둘러보는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문화창조원’ 내부 전경(사진=이윤정 기자 younsim2@).


예술극장에서는 국내외 예술가와 함께 작품을 제작하는 동시에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공연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개막작인 대만 차이밍량 감독의 ‘당나라 승려’를 비롯해 29명의 아시아작가들이 제작한 33편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 김성희 예술극장 예술감독은 “현재 세계적으로 제작극장을 표방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주고 미래의 대안을 제시하는 실험이 이뤄지는 흥미로운 예술공장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정보원은 아시아의 디자인과 근현대건축 등 14개의 주제로 ‘아시아문화예술 전문 아카이브’ 전을 펼친다. 김선정 문화정보원 예술감독은 “도서관과 박물관, 미술관 등이 합쳐져 있는 형태”라며 “단순히 체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역사의 흐름을 몸소 느껴볼 수 있도록 꾸몄다”고 설명했다. 문화창조원은 아시아인의 가치관과 삶을 엿볼 수 있는 ‘신화와 근대, 비껴서다’ 전을 복합 4관에서 펼친다. 세계적인 큐레이터 안젤름 프랑케가 총괄·기획했다. 어린이문화원에선 11개국 41개 작품, 206회의 공연퍼레이드로 구성한 ‘2015 어린이공연문화축제’를 준비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어린이 문화원’을 찾은 시민들의 모습(사진=이윤정 기자 younsim2@).


△정체성·콘텐츠 확보 과제…전문 인력부족도 해결해야

문화전당의 가장 큰 과제는 정체성 확립이다. 아시아문화교류, 첨단지식·문화생산기지 등을 내걸며 출범했지만 담당자가 바뀌고 지원 법제를 검토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이 넓은 공간을 어떤 콘텐츠로 채워나갈지가 관건이다. ‘몸·행위의 크로노토프’ ‘메트로폴리스의 지정학적 풍경’ 등 행사내용이 너무 현학적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문화·예술·과학분야 전문가가 모인 콘텐츠위원회가 지난 2월에야 구성, 공연·전시·학술분야의 연구·수집·제작 방향과 계획이 아직도 불명확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전당을 운용할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당초 운영주체를 놓고 정부와 광주시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규모가 축소됐다. 그 과정에서 문화전당을 위탁운영하며 콘텐츠 구축 업무를 맡을 아시아문화원의 정원이 반토막이 났다. 현재 문화전당의 직원은 146명으로 처음 계획의 3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는 경영모델은 점차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지난 3월 우여곡절 끝에 통과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지원 특별법’은 문화전당의 운영주체를 국가기관으로 명시했지만 5년간의 한시법이라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야경 모습(사진=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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