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만료 의약품 처방량은 증가..동일가 복제약 경쟁력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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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약가산정 시스템에 따르면 100원짜리 오리지널 의약품은 제네릭이 발매되면 보험약가가 70원으로 인하되고 1년 후 53.55원으로 떨어진다. 산술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이 특허만료 이전과 똑같이 팔렸더라도 매출은 하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고지혈증약 ‘크레스토10mg’의 경우 지난해 4월 특허만료로 보험약가는 995원에서 800원으로 인하됐다. 하지만 지난해 처방실적은 674억원에서 729억원으로 늘었다. 처방량으로 따져보면 6774만개(674억÷995원)에서 9113만개(729억원÷800원)로 34.5% 증가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무려 76개의 제네릭이 견제에 나섰는데도 매출은 오히려 증가한 셈이다. 제네릭 76개 중 65개가 크레스토 가격과 유사한 670~777원에 형성돼 있다. 제네릭이 오리지널 의약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월등히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의료진 입장에선 제네릭을 처방할 동기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화이자의 고지혈증약 ‘리피토10mg’은 약가제도 개편 전 2011년 처방실적 721억원에서 지난해 699억원으로 3년새 3.1% 줄었다.
하지만 보험약가가 917원에서 663원으로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처방량은 7863만개에서 1억543만개로 3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괄 약가인하 이후 매출 회복세..상품매출로 외형 늘린 거품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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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14년 상반기 국내제약기업 경영실적’ 자료에 따르면 72개 상장 제약사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6조187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5% 늘었다. 2012년, 2013년 각각 1.9%, 0.4%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확연한 상승세다.
제약사들의 주력사업인 처방의약품 시장에서 여전히 맥을 못 추는데도 전체 매출이 증가하는 현상이다. 상당수 업체들은 자체 개발한 처방의약품으로는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한 제품을 대신 팔아주면서 외형을 획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약 시장의 부진을 상품매출로 만회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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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000100)의 처방실적은 2011년 2999억원에서 2014년 2599억원으로 13.3% 감소했지만 전체 매출 규모는 6677억원에서 1조82억원으로 51.0% 확대됐다. 같은 기간 상품매출은 3476억원에서 7239억원으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매출 증가분의 대부분을 ‘남의 제품’으로 채웠다는 의미다. 유한양행은 지난 몇 년간 베링거인겔하임, 길리어드, 화이자 등이 개발한 신약을 판매하는데 집중했다.
일동제약(000230), 제일약품(002620), JW중외제약(001060) 등 처방실적이 감소했음에도 전체 매출이 증가한 업체들은 대부분 상품매출 비율이 수직 상승했다. 제일약품은 화이자의 전문의약품 판매를 주력으로 하고, 일동제약과 동화약품은 각각 바이엘과 노바티스의 일반의약품을 팔고 있다.
다국적제약사 입장에선 국내제약사들이 든든한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업체들이 다국적제약사의 제품 판매에 가세하면서 국내 제네릭의 판매를 저지하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허가 만료됐음에도 처방량이 증가한 ‘크레스토’와 ‘리피토’는 각각 유한양행과 제일약품이 같이 팔고 있다.
심지어 다국적제약사가 시장 방어용으로 만든 제네릭도 판매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CJ헬스케어는 아스트라제네카, 다이이찌산쿄 등 다국적 제약사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포장만 바꾼 쌍둥이 제품(위임 제네릭)을 자사 제품으로 허가받고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CJ헬스케어의 처방실적은 최근 증가세를 보였지만 사실상 ‘남의 제품’ 매출이 상당수 포함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최근 제약사들의 매출이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실제로는 다국적제약사의 제품으로 거둔 거품에 불과하다”면서 “자체개발한 제품으로는 성장세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남의 제품이라도 팔아서라도 외형을 확대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따른 현상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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