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업계에서는 일파만파로 번진 무더기 입찰 담합 사태의 해법으로 ‘그랜드 바겐(일괄 처리)’을 건의하고 있다. 과징금도 문제지만, 해외 플랜트 발주처가 국내 건설사들에 담합 처분 내용 설명을 요구하는 등 6~7년 전에 벌인 담합 여파가 현재의 해외 수주까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랜드 바겐은 중요한 담합 사건만 선별해 일괄 처리하는 방식으로, 2009년 영국 공정거래청(OFT)이 건설사 103곳의 담합 199건을 적발해 과징금 1억2920만파운드(약 2246억원)를 부과한 게 대표적이다.
다만 업계가 요청하는 그랜드 바겐은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을 바라보는 여론이 극도로 냉랭한 상황에서 자칫 업계 봐주기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정 기간에 벌어진 담합만 일괄 조사한다는 것은 현재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의 자체 신뢰 회복 노력이 정부 지원의 선결 조건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너진 도덕성을 일으켜 관행적으로 비리를 일삼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의미다. 잇따른 분식 논란을 부르는 회계 시스템 정비도 중요한 과제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건설사 회계를 비롯해 건설업의 기본 데이터 중 투명한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금융감독원이 직접 나서 실사를 하는 등 건설업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정책 지원도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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