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4년 전 질병에 의한 전 세계적인 팬데믹을 예견하고 이를 경고한 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 ‘뉴스위크’ 편집장 출신의 국제정책 자문가이자 ‘차세대 헨리 키신저(미국의 국제정치학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파리드 자카리아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17년 6월 CNN을 통해 “치명적인 질병이 세계보건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며 어떤 대비도 돼 있지 않은 전 세계에 엄중한 우려를 표했다.
책 제목에서 눈에 띄는 것은 ‘팬데믹 다음 세상’이지만 책의 방점은 ‘텐 레슨’, 즉 교훈에 놓여 있다. 저자는 팬데믹 전후 세계의 변화 양상을 바탕으로 팬데믹이 우리에게 남긴 것과 앞으로 고민해야 할 것을 크게 10개의 챕터로 정리해 제시한다.
먼저 코로나19 팬데믹을 세계화와 개방, 무계획적인 개발, 그리고 자연서식지 파괴라는 인간 활동의 반작용으로 해석한다. 성장과 안전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안전벨트’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위기상황에서 크기보다는 능력으로 판가름할 ‘질 좋은’ 정부가 중요하다는 교훈도 강조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 아래 팬데믹에 대한 대응에서 철저하게 실패한 미국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초강대국이라는 권위 덕분에 형편없는 정치도 감출 수 있었던 미국의 민낯이 팬데믹으로 낱낱이 드러난 만큼 “이젠 미국이 세계로부터 배워야 할 차례”라고 강하게 경고한다.
‘팬데믹 다음 세상’은 협력의 다원주의를 추구하는 세계가 될 수도 있고, 극단적 민족주의나 이기적 포퓰리즘이 지배하는 세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책의 요지다. 희망은 협력에 있지만, 선택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 “쓰여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저자는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주인공 로렌스의 대사를 빌려 말한다. 팬데믹 다음 세상을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중요함을 에둘러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