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배우 유지태는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 역을 맡았다. 상우는 자연의 소리를 채집해 틀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지방 라디오 PD 은수(이영애 분)와 녹음 여행을 떠난다. (사진=봄날은 간다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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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함지현 송주오 기자] 자율감각 쾌락반응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이 ‘먹방(먹는 방송)’에 이어 새로운 영상 콘텐츠로 주목을 받고 있다. ASMR은 단순하지만 반복적인 소리 또는 영상이 담긴 콘텐츠를 말한다. 속삭이는 목소리, 종이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연필로 글씨를 쓰는 소리, 비 내리는 소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류의 소리를 화이트 노이즈(white noise), 우리 말로는 ‘백색소음’이라고 한다. 백색소음은 소리의 파동이 비교적 일정하기 때문에 자극적이지 않고 우리 귀에 익숙하며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튜브에서 ‘ASMR’을 검색했을 때 검색 결과가 1230만개나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집중력과 학습 능률을 올리기 위해 백색소음기를 설치하는 독서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TV 방송에서도 ASMR을 활용한 예능 프로그램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 사이트 G마켓에서 백색소음기의 판매량이 2017년 기준, 2016년 대비 3배(203%)가 늘었다. 올 들어 지난 4월 24일까지 판매량도 전년 동기간 대비 17배 이상(1649%) 급등했다.
옥션에서도 2017년 백색소음기 판매가 전년대비 72% 신장했고, 올해 4월 24일까지는 전년 동기 대비 337% 증가했다.
인기 제품으로 꼽히는 ‘사운드솔 블루 백색소음기’에는 바다의 리듬, 야생으로의 여행, 열대림에 내리는 비, 숙면을 위한 사운드 등 크게 4개의 주제로 테라피 사운드(치유 소리) 30종이 담겨있다.
기기에 원하는 주제의 사운드 카드를 꼽고 재생하면 부드러운 파도, 모닥불, 열대림에 내리는 비, 시골길, 야간열차 소리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한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재생시간을 설정해 놓으면 기기 스스로 템포와 음역을 서서히 줄여 사용자의 수면을 돕는다.
| 사운드솔 블루 백색소음기 (사진=G마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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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사운드 백색소음기’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인기가 많다. 아이를 두고 집안 청소를 해야 할 때, 급히 전화를 받아야 할 때, 낮잠을 자야 할 시간에 잠을 자지 못할 때, 외출 시 사람이 많은 곳에서 적응을 못할 때와 같이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하기 좋다.
파도소리, 빗소리, 시냇물소리, TV 잡음소리, 비닐소리 등 뇌 과학자들이 효능을 인정한 5가지의 백색소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성인의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크기로 휴대하기에도 편하다.
과거 수험생 필수품으로 불렸던 엠씨스퀘어도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엠씨스퀘어 X1’은 사용자에게 편안함과 청량감을 느끼게 하는 자연의 소리가 기존에는 4종이었지만 화이트 노이즈와 돌고래 소리까지 추가해 총 6종을 내장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편안한 사운드나 클래식 음악, 강의 파일을 들을 수 있는 ‘사용자 소리’ 기능도 추가됐다.
백색소음을 이용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개인 방송인이 증가하면서 마이크 판매량도 늘었다. G마켓에서 올 1분기 마이크 판매량은 전년 대비 60% 이상 신장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옷에 고정해 사용하는 핀 마이크는 65%, 무선 마이크는 133%, 마이크 고정을 쉽게 할 수 있는 마이크 스탠드는 34% 늘었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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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백색소음 열풍의 원인을 만성 스트레스에서 찾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불면증 때문에 병원을 찾은 사람이 34% 증가했다. 불면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 해소 방법 중 하나로 백색소음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시카고대 연구결과 50~70dB의 적당한 소음에 노출되면 스트레스가 약 28%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강도형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SMR은 청각을 통해 뇌를 직접 자극해 이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몸을 이완시킨다”며 “이 과정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으로 아로마향 등 후각을 통한 진정효과 비슷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