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①"'맥포머스' 한국의 레고로 키운다"

'韓 놀이교육의 개척자' 박기영 한국짐보리 대표 제2의 도전
1992년 놀이교육 미개척지 한국서 짐보리 선보여
2005년까지 짐보리 센터 69개로 늘리며 승승장구
저출산 등 놀이교육시장 위기‥유아입체자석교구 맥포머스로 극복
  • 등록 2017-01-31 오전 5:45:00

    수정 2017-01-31 오전 5:45:00

박기영 한국짐보리 대표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덴마크하면 ‘레고’가 생각나듯이 ‘맥포머스’를 완구시장의 변방인 한국을 대표하는 완구 브랜드로 키우겠다.”

서울 서초구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한국 놀이교육 시장의 개척자’ 박기영 한국짐보리 대표의 일성이다. 짐보리 사업으로 한국 놀이교육 시장의 포문을 연 그는 입체자석교구 맥포머스로 제2의 전성기를 열겠다는 거대한 포부를 밝혔다.

2006년 박 대표는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2003년까지 승승장구하던 한국짐보리 놀이교육 사업인 짐보리가 백화점 문화센터의 활성화와 저출산 문제에 가로막히면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맥포머스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30대 총각, 미국서 짐보리를 만나다

박 대표가 놀이교육 시장에 뛰어든 건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던 1990년대 초반이다. MBA 과정 당시 함께 했던 친구들을 통해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짐보리를 처음 접했다. 당시 짐보리는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 5년 정도 지난 상황.

처음 짐보리를 접했을 때만 해도 큰 관심은 없었다. 박 대표는 “혼자 살던 터라 종종 결혼한 친구 집에서 밥을 얻어 먹고는 했는데 갈 때마다 친구의 짐보리 예찬을 들었다”며 “(이런 예찬론에도) 결혼하기 전이라 정작 관심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수업시간에 지도교수로부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인 유아 시장에 대한 강의 듣고 그때부터 짐보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현장조사 등을 진행했다.

철저한 현장조사와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 언어능력 등을 앞세워 박 대표는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대거 참여한 짐보리 한국 총판권 경쟁에서 27 대 1의 경쟁을 뚫고 총판권을 따냈다.

1992년 10월 국내에서 짐보리를 선보인 박 대표는 우선 정확한 소비 계층을 겨냥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당시 놀이교육이라는 개념이 생소했던데다 가격마저 주 1회 45분 프로그램의 한 달 이용료가 5만원이었기 때문에 12시간 종일반이 한 달 8만원인 놀이방과 비교해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다.

박 대표는 우선 반포동 1호점을 시작으로 압구정, 잠실, 대치동 등 소득수준이 높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짐보리 센터를 열었다. 이후 TV 전파를 탄 이후 전국구로 커져나갔다.

여기에 2000년대 초반 경제 활성화가 이뤄지면서 짐보리는 크게 확장됐다. 2005년에는 전국 69개까지 매장 수가 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백화점 문화센터가 활성화되고 1992년 오픈 당시와 비교해 출산율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며 어려움에 직면했다.

짐보리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사진=한국짐보리 제공)
위기의 순간에 나타난 구세주 ‘맥포머스’

이때 박 대표 앞에 나타난 것이 맥포머스다. 그는 “유아복 사업과 놀이 사업은 탄탄한 유통망을 가진 경쟁업체들이 있었던 탓에 신사업으로 유아교구 유통 비즈니스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맥포머스 유통을 시작한 한국짐보리는 승승장구했다. 수입 유통을 시작한 첫해 280억원이었던 맥포머스 매출은 현재 누적 3500억원으로 성장했다. 유아교구 소비 대상이 영유아로 한정된 걸 고려하면 일반 소비재 기준으로 3조5000억원 수준의 매출이다.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한국에 정착한 맥포머스는 미국 본사 매출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렸다. 결국, 2010년 미국 짐보리 본사가 맥포머스를 인수해 직접 사업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왔다. 박 대표를 이를 인수했고, 현재는 한국짐보리 매출의 80%를 맥포머스가 담당하고 있다.

맥포머스가 한국짐보리의 매출 효자 노릇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자리 잡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인수 직후 맥포머스의 주재료인 네오디뮴 자석에 사용되는 희토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사업을 포기하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사업 유지’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박 대표는 “희토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어려움은 있었지만, 맥포머스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며 “몇 년만 버티면 글로벌 사업으로 키워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홍콩 짐보리의 맥포머스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맥포머스 인수 1년 반 만인 2011년 3월 맥포머스 주요 재료인 희토류 가격은 3개월 동안 750% 넘게 올랐다. 이 때 홍콩 짐보리는 맥포머스를 45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한국짐보리는 2013년 ‘500만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짐보리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만 5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60개국에 진출한데 이어 조만간 베트남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빠르게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글로벌 짐보리를 이용한 탄탄한 유통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짐보리는 전 세계 600여 개 센터를 갖추고 있다.

박 대표는 “맥포머스의 교육적 효과와 제품의 우수성은 이미 전 세계에서 인정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짐보리 센터를 중심으로 수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256년 전통의 영국 런던의 장난감 백화점 햄리스와 국내 사업권 계약을 체결해 유통망을 확대했다.

그는 “올 상반기 안에 국내에서도 햄리스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며 현재 부지를 물색 중”이라며 “앞으로 5년 안에 전 세계 200여 개 햄리스 매장에 맥포머스를 선보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놀이교육 사업 부문인 짐보리는 새로운 변신을 앞두고 있다. 소비자들과 접점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함께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매장으로 리뉴얼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미국 짐보리 본사와 라이프스타일 매장 론칭을 위한 조인트벤처(JV) 설립을 앞두고 있다.

박 대표는 “37개라는 매장 수가 적지 않냐는 지적도 많지만 외형적인 확장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시작도 그러했지만 앞으로도 고급화 전략을 고수할 계획이다. 짐보리의 브랜드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유아용 자석교구 ‘맥포머스’ (사진=한국짐보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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