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면세대전]"럭셔리 강남면세점 만든다"···진격의 현대百

강남 무역센터점에 면세점 유치 재도전
1차 면세점 입찰 때 나 홀로 ‘강남’·‘싼커’ 주목
탄탄한 재무구조 바탕으로 ‘대형 럭셔리 면세점’ 구현
검증 안 된 면세점 운영 능력, 30년 유통 역량으로 극복
  • 등록 2016-11-15 오전 5:30:00

    수정 2016-11-15 오전 8:53:17

현대백화점이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이 건물 8~10층 3개층에 1만4005㎡ 규모 럭셔리 면세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사진=현대백화점)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면세점행 막차’ ‘3차 면세대전’으로 불리는 이번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경쟁에서 도전 기업들이 내세운 키워드는 ‘강남’과 ‘싼커(散客·개별관광객)’다. 입찰에 나선 대기업 5곳 가운데 4곳이 강남을 면세점 후보지로 발표했다. 면세점의 큰 손인 유커(遊客·중국인관광객)의 중심이 싼커로 빠르게 이동하는데 반해 기존 면세점이 명동과 광화문 등 강북에 편중돼 있어 수요를 제대로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현대백화점(069960)그룹은 이러한 면세시장의 판도 변화를 일찍부터 예견한 유일한 기업이다. 지난해 7월 서울면세점 1차 경쟁 당시 도전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강남’을 점찍었다가 고배를 마신 현대백화점이 이번에도 같은 강남 무역센터점을 후보지로 내세워 도전장을 냈다.

현대백화점은 강남 지역에서 30년 넘게 백화점을 운영해온 이 지역 터줏대감이다. 삼성동 일대는 도심공항터미널을 비롯해 지하철 2개 노선(2·9호선), 48개 버스 노선, 공항 리무진 및 강남 투어버스 등이 연결된 교통의 요충지일 뿐만 아니라 코엑스 단지는 국내 유일의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관광특구’로 지정돼 있고 인근에 SM타운이 있어 ‘한류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등 면세점 후보지로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고 뚝심 있게 강조해왔다.

현대백화점은 이 지역에 필요한 면세점으로 ‘규모’와 ‘품격’을 꼽았다. 비록 면세점 운영 경험은 없지만 유통전문그룹으로서의 역량을 총동원해 ‘대형 럭셔리 면세점’을 만들어 보이겠다는 각오다.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 3개층(8~10층) 1만4005㎡(4244평) 공간에 면세점을 조성할 계획으로, 규모를 1차 때(2개층 1만2000㎡)보다 17% 가량 늘렸다. 유커 등 다국적 관광객의 보다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선 상품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아울러 면세점 전용 엘리베이터와 VIP라운지는 물론, 정보기술(IT)을 접목한 가상현실(VR) 피팅룸과 메이크업 체험존도 설치해 최상의 고객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강점(Strength)=우량한 재무구조와 신규 도전의 패기

현대백화점 면세점 법인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이하 현대면세점)은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전에 뛰어든 대기업 5곳 가운데 재무건전성 측면에선 우위에 있다. 면세점은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는 사업적 특성상 운영사의 재무 상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 평가항목 중에서도 1000점 만점에 ‘운영인의 재무건전성 및 투자규모의 적정성’이 180점으로 배점 비중이 가장 높다.

모기업을 기준으로 입찰 참여사들의 재무 상태를 살펴본 결과 현대면세점은 회사의 지불능력을 판단하는 지표인 유동비율을 제외한 자기자본비율, 이자보상배율, 부채비율 등 3개 항목에서 1위를 나타냈다. 우선 자기자본비율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 가운데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 보통 50% 이상일 때 안정적으로 분류된다. 현대면세점의 지난해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65.7%다. 부채비율 역시 현대백화점이 52.3%로 가장 낮았다.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지불한 이자로 나눈 값인 이자보상배율도 현대백화점은 93.2배를 나타냈다. 회사채기준 신용등급 역시 AA+로 후보 군 가운데 신세계와 함께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신규 면세점 유치 열망도 여느 기업보다 강하다. 의욕이 넘치다 보니 면세점 운영에 충분한 자체 주차장 59면(대형버스 59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국내 주요 면세점에 루이비통 등 해외 명품 브랜드를 공급하는 부루벨코리아와 ‘특허 취득 조건부 입점협약’을 체결했음에도 별도 공영주차장 확보, 명품 브랜드 유치 확약 등을 둘러싸고 과장 홍보를 했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약점(Weakness)=검증 안 된 면세점 운영능력

현대면세점은 입찰에 참여한 5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다. 유통 경험은 풍부하지만 보세품 관리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면세점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시각이 적지 않다.

현대면세점은 직접 면세점을 운영한 적은 없지만 면세점 보세화물의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시스템 전반에 걸쳐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강조한다. 지난 40여 년간 백화점, 홈쇼핑, 아울렛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운영해 온 노하우도 현대면세점의 주요 자산이다.

우선 면세점 통합IT시스템업체인 도시바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보안시설 및 인력(ADT캡스), 보세화물관리(세광HR) 관련 전문업체들과도 잇따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 최근엔 CALT로지스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 내 9917㎡ 규모의 보세물류창고도 확보했다.

기회(Opportunity)=백화점과의 시너지, 포트폴리오 강화

서울시내 면세점 가운데 매출 1위 매장은 롯데면세점 소공점이다. 백화점 전체 매출보다 많은 한해 2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새롭게 특허를 획득해 문을 연 신규면세점 가운데는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지난 9월 기준 월 매출 1위로 올라섰다. 공통점은 목 좋은 상권에, 백화점과 면세점이 한 건물에 나란히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현대면세점 역시 같은 구조로 특허 획득에 성공할 경우 백화점과의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가전과 가구, 패션 등 제조에 백화점, 아울렛, 홈쇼핑에 면세점 등 유통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도 강화할 수 있다.

위협(Threat)=HDC신라, 범 현대가 벽을 넘어야

신규면세점 입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입지다. 현대면세점이 후보지로 내세운 무역센터점은 개별관광객이 증가하는 등 급변하는 면세 환경을 고려할 때 최적의 위치로 평가된다.

코엑스 일대에는 이미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이 운영 중이지만 매장 규모가 작고 향후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면 추가로 1개 정도의 면세점은 더 들어설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그러자면 HDC신라(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의 면세점 합작 법인)의 벽부터 넘어야 한다. HDC신라는 무역센터점과 직선거리로 약 500m 떨어진 아이파크타워를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웠다.

특허면적은 현대면세점이 약 30% 이상 큰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백화점이 한 건물에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신규사업자로서 HDC신라의 모기업인 호텔신라의 풍부한 면세점 운영 능력은 부담일 수 있다.

현대면세점 9층 조감도. 현대면세점은 전체 매장의 40% 이상을 국산품 매장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국산품 매장은 K-뷰티·K-패션·K-푸드·K-한류 콘텐츠 등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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