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8조짜리 멜론, 1조짜리 CJ헬로비전

  • 등록 2016-01-14 오전 6:00:00

    수정 2016-01-14 오후 3:34:5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카카오가 국내 1위 디지털 음원 서비스인 ‘멜론’을 제공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지분 76.4%)를 1.8조 원에 인수한다. 전부 현금으로 낸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가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연 매출 3000억~4000억 원, 영업익 500억~600억 원 짜리 회사의 가치가 2조 원이 넘는다니. SK텔레콤이 인수한다는 CJ헬로비전이 떠올랐다. 1조에 인수하기로 했는데, SK가 사는 지분이 53.9%라는 점을 고려해도 로엔이 헬로비전보다 높게 평가된 셈이다.

헬로비전의 매출은 1조 1000억~1조 2000억 원, 영업익은 1000억 원 대로 매출은 로엔의 3배, 영업익은 2배 이상이다.

헬로비전이 뛰는 시장도 훨씬 크다. 국내 디지털 음원 시장은 6000억 원, 음반 유통시장은 600억 원에 불과해 공연 등 온오프라인 음악 시장을 전부 합쳐도 1조가 안 된다. 반면 SO 시장은 2조 3462 억원(2014년 기준, 방통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이다.

카카오가 너무 비싸게 샀다는 지적도 가능하나, 기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는 현재보다는 미래, 성장성에 있다. 각종 규제로 국내 디지털 음원시장이 확 커질 가능성은 낮지만, 어쨌든 멜론은 매년 매출과 영업익을 늘려왔다. 헬로비전을 포함한 SO들의 매출과 이익이 2014년부터 감소하고 있는 것과 다르다.

정부 시각도 온도차가 난다. 멜론은 음원 업계의 ‘갑’인데 모바일 SNS의 최강자 카카오 인수에 문제를 제기 하는 사람은 없다. 로엔은 스스로 디지털 서비스를 할 뿐 아니라 국내 최대의 음원 유통사여서 저작권을 무기로 밀크뮤직에 음원 공급을 중단해 신규 경쟁자 진입을 막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SK의 헬로비전 인수에 대해선 까다롭게 들여다 보고 있다. 모바일을 묶는 방송통신 결합상품의 대중화 추세를 봤을 때 이해가는 일이다. 하지만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통신사들을 넘어선 지 오래인데 정부가 모바일 망중립성·기술 중립성 같은 미래 정책보다는 특정 업종 사업자들의 이해관계 조정에 몰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로엔엔터테인먼트 최근 매출 추이(출처: 전자공시시스템) 단위 억 원
▲CJ헬로비전의 최근 매출 및 영업이익(단위 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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