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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경북)=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국내 문화재 수리현장이 획기적으로 변하고 있다. 문화재 수리는 보통 관련 전문가 영역으로만 여기면서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부실복원으로 논란을 빚었던 숭례문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던 문화재 수리현장이 최근 바뀌고 있다. 폐쇄적 운영에서 벗어나 소통·공유·개방이란 원칙 아래 투명성 강화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2015년 11월을 기준으로 1000여곳에서 문화재 수리가 이뤄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27일 문화재 수리에 대한 투명성 강화와 국민적 이해를 돕기 위해 경상북도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국보 제77호)과 안동 번남댁(중요민속문화재 제268호)의 수리현장을 공개하고 토론회를 열었다. 석조문화재와 목조문화재의 수리범위, 방법과 고증의 타당성 등을 검토해보자는 자리였다. 갑작스러운 한겨울 추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해당 문화재 수리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문화재 전문가를 비롯해 학계 인사, 지역주민, 언론 등이 모여 최선의 해법을 논의했다.
◇‘안동 번남댁’ 목재부재 뒤틀림·부식 심각
안동 번남댁은 경북 안동시 도산면 의촌리에 위치한 조선 후기의 주택이다. 사대부가의 전통적 주거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창덕궁의 연경당을 모방했다. 특히 모든 아궁이의 연기가 본채 뒷면에 있는 하나의 굴뚝으로만 빠져나가도록 돼 있는 구조가 특징이다. 당초 99칸 규모로 영남 제일의 집이었지만 한국전쟁 등으로 일부가 소실되면서 50여칸 정도가 남아 있다.
가설덧집 주변 번남댁 마당에선 현장토론회가 열렸다. 쟁점은 목재 부재의 재활용 여부였다. 문화재 수리나 복원의 대원칙은 동시대의 기술이나 원래 재료를 유지하는 게 맞지만 이 경우 구조적 취약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정명섭 경북대 교수는 “목조문화재를 수리할 때 제일 중요한 기본원칙이 원형보존”이라면서 “기존 부재를 최대한 재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영흠 문화재위원회 민속문화재분과위원장은 “원형보존이 최우선이고 가급적 옛날 부재를 사용해야 한다”면서도 “10년 전 보수한 서까래가 또다시 훼손됐다면 차라리 교체하는 게 더 안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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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탑리리 오층석탑, 기단부 해체 여부 놓고 논란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은 국보 제77호로 경상북도 의성군 금성면 탑리리에 서 있다. 통일신라시대를 대표하는 석탑이지만 벽돌모양으로 쌓아 올린 전탑과 목조건축의 수법을 동시에 보여주는 특이한 구조다. 하지만 훼손 상태는 심각했다. 상부 탑부재 이완과 균열 탓에 4층 옥개석 위쪽은 이미 해체한 상태다. 특히 기단부는 적심까지 노출한 상황. 2012년 10월부터 석탑을 해체보수 중인데 최근 공사를 중지했다. 이날 토론회의 쟁점은 탑의 구조적 안정성을 좌우할 기단부 이완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소할 것인가였다.
아울러 강화제와 발수제 등 합성수지를 석조문화재에 어느 정도 사용할지도 논란거리였다. 김 사무관은 “합성수지가 문제가 없지 않지만 현재로선 부재를 살리는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설명했고 박 교수는 “국보로서의 진정성을 유지하려면 최대한 원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동행한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문화재 수리현장 실명제와 현장공개를 약속했지만 그동안 잘 활용하지 못했다”며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문화재 수리 의사결정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나가면서 안정적인 수리품질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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