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합병 1년, 다음(Daum)이 사라졌다

  • 등록 2015-11-24 오전 4:30:55

    수정 2015-11-24 오후 4:26:2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035720)가 합병한 지 1년이 지나면서 다음(Daum)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4년 10월 1일 합병 당시에는 2000명(다음) vs 600명(카카오) 조직 결합으로 카카오로 흡수되는 모양새를 보이진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다음 출신 직원들의 잇따른 대기발령과 퇴사, 카카오 김범수 의장 지인인 임지훈 단독대표 체제 출범, 카카오로의 사명변경 등이 이어지면서 양상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인터넷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순방문자 순위만 봐도 포털 다음의 위세는 줄어든 반면, 카카오의 모바일 앱 순방문자 수는 크게 늘어 이용자들도 모바일 중심으로 개편되는 추세다. 하지만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카카오의 혁신이 성공하려면 임 대표가 다음과 카카오 출신 직원들간 화학적 결합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와 다음의 순방문자 수 변화(출처: 코리안클릭)
6인 리더 중 5명이 카카오 출신…기업문화 융합은 아직

23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카카오 합병이후 모든 조직 운영이 카카오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월 임 단독대표 취임과 함께 경영을 책임지는 6인의 리더 그룹(CXO팀)은 최세훈 전 다음 대표(CFO)를 제외하고는 모두 카카오 출신이다.

임 대표는 카카오가 어려울 때 투자한 인연이 있고, 홍은택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카카오 부사장, 정주환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는 2013년 카카오에 인수된 SNS 기업 써니로프트, 박창희 최고상품책임자(CPO)는 카카오 전신인 IWILAB(아이위랩) 출신이다. 신정환 최고기술책임자(CTO) 역시 전 카카오스토리 사업부장을 역임했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법인 다음카카오가 2014년 10월 1일 출범했다. 사진은 당시 최세훈(좌) 다음카카오 공동대표와 이석우(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다. (제공=다음카카오)
또한 카카오는 합병이후 중간관리계층을 줄이는 팀제를 도입했는데 대부분의 팀장을 카카오 출신이 맡고, 다음 출신 팀장들은 대기발령된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측은 모바일에서 혁신과 가치를 만들려면 빠른 의사 결정이 중요했고, 합병 법인은 모바일에 비중을 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때문에 카카오 중심의 경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을 놓고 다음 출신 직원들의 불만도 커지는 상황이다.

한 퇴직자는 “합병이후 다음쪽 사람들은 대부분 대기발령 난 상황이며, 요직은 카카오 출신이 맡았다. 최세훈 CFO는 관리자형이어서 인사에는 별로 관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음출신 카카오 관계자는 “합병이후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신규사업별로 새로운 팀을 만들고 이후 없애는 유연한 구조인데 자체로는 의미 있지만 사내에서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알기 어려워 다음 시절과 많이 다르다”고 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기탄없는 비판 의견이 올라오는 사내 대화방인 ‘아지트’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나왔다.

이와관련, 카카오 관계자는 “합병이후 퇴사자 숫자로 보면 다음 출신이 많지만 비중을 보면 카카오 출신이 많다”면서 “합병 1년 밖에 되지 않았으니 조직 융합은 좀 더 지켜봐 달라. 사실상 그룹웨어로 쓰고 있는 아지트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지훈 카카오 신임 대표가 2015년 10월 27일 제주 본사 ‘스페이스닷원’에서 열린 첫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카카오 경영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제공=카카오)
모바일 2.0 외치는 카카오…다음 DNA는 필요없는가

업계에서는 다음카카오 합병이후 신규서비스 방향을 봐도 다음의 흔적은 찾기 어렵다고 평했다.

다음(포털)·한메일(메일)·다음카페·버즈런처(런처서비스) 등에서 신규 개발이나 진화는 보이지 않고 임 대표의 강점인 스타트업 발굴 및 지원이나 카카오 중심의 SNS 진화 및 샵 검색(카카오 검색),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같은 서비스에만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임 대표는 지난달 취임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택시’ 같은 온-오프라인 연결(O2O) 서비스는 물론 콘텐츠와 검색, 게임, 광고, 금융 등 모든 실물경제를 모바일로 연결해 이용자가 원하면 언제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다음 포털 검색의 진화 계획이나 메일이나 런처 서비스 업그레이드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네이버, 다음, 카카오톡의 모바일 앱 순방문자수 변화(출처: 코리안클릭)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다음이 수익을 내는 데 실패했지만 2007년 모바일본부를 만들고 스마트폰용 지도(다음지도)를 내놓고 마이피플로 카톡과 경쟁하는 등 도전적인 DNA를 갖고 있었다”면서 “뉴스편집이나 아고라 등으로 정부와 각을 세우기도 했지만 다음은 가장 오래된 인터넷 기업다운 회사”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글로벌 인터넷 공룡들과의 모바일 2.0 전쟁에서 이기려면 다음의 DNA 역시 필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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