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저가 담배로 국민 헷갈리게 하나

  • 등록 2015-02-23 오전 6:00:01

    수정 2015-02-23 오전 6:00:01

저가(低價) 담배가 설 연휴 내내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연휴 직전인 17일 경로당 등 민생 현장에서 수렴한 의견이라며 저가 담배 검토를 당 정책위원회에 지시한 게 논란의 시발점이었다. 새누리당이 “순수한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해명할 때만 해도 해프닝으로 치부되는 분위기였으나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18일 봉초담배에 한해 세금을 일부 감면하자며 3월 입법 추진 일정까지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여당이 운을 떼자 야당이 기다렸다는 듯 맞장구치며 죽이 맞는 모양새에 흡연자들은 “이러다 저가 담배가 정말 나오는 것 아니냐”며 은근히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민심은 이에 대해 뜨악해하는 분위기다. 포털 사이트에는 “이럴 거면 담뱃값 왜 올렸느냐”는 누리꾼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그 난리를 치고 담뱃세를 올린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저가 담배 타령을 하는 정치권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대한 꾸지람인 셈이다.

정부는 애연가들의 강력한 반발과 ‘꼼수 증세’라는 비아냥거림을 무릅쓰고 ‘국민 건강 증진’을 내세워 담뱃값을 1월 1일부터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리고 금연구역도 대폭 확대했다. 전국 보건소의 올 1월 금연클리닉 신규 등록자가 15만명으로 지난해 1월의 3.5배로 늘었다니 정부정책의 효과가 어느 정도 발휘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25일부터 금연보조제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정치권의 ‘저가담배론’은 정말 뜬금없다. 여야 모두 민심을 들먹이지만 실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표(票)퓰리즘’ 성격이 더 강해 보인다. 여야를 막론하고 ‘아니면 말고’ 식의 섣부른 정책으로 국민을 헷갈리게 하는 못된 버릇은 근절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연말정산, 주민세, 건강보험료 등 내놓는 정책마다 오락가락하자 “당정 협의도 거치지 않고 정책을 발표해 혼선을 키운다”며 볼멘소리를 내던 여당이 충분한 검토 없이 정부와 엇박자를 내며 정책의 일관성을 떨어뜨린 것은 성숙하지 못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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