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능 출제위원 경력 버젓이 ‘돈벌이 악용’

수능 출제 후에도 비밀 지킬 것 서약하지만
학원·출판사, 강사·저자 약력에 버젓이 공개
“수능 출제 참여 경력 상업적 악용” 지적도
  • 등록 2014-11-28 오전 6:00:00

    수정 2014-11-28 오전 8:55:18

[이데일리 신하영 채상우 기자] 경기도 A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영환(19)군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기 전 총정리를 위해 구입할 참고서를 고민하다 저자 약력을 보고 B사의 참고서를 선택했다. 저자가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경력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김군은 “주로 교육방송(EBS) 교재로 수능 공부를 해 왔는데 총정리에 필요한 참고서는 출제위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골랐다”며 “아무래도 수능 출제과정에 참여한 저자의 경력이 신뢰감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능 출제과정에 참여한 사실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상당수 출제·검토위원들이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당국은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지하면서도 특별한 제재 방안이 없어 손을 놓고 있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입시업체 D학원은 수능 검토위원으로 참여한 강사 2명을 사회탐구 강사진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전직 고교 교사 출신으로, 수능 검토위원으로 참여한 경력을 내걸고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수능 출제위원이 문제를 내면 검토위원은 이를 풀어보고 난이도와 문항의 정확성을 검토한다. 이 때문에 검토위원도 출제위원과 마찬가지로 출제과정에 참여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출간된 수능 대비 참고서 ‘국가대표 모의고사’ 문제집의 경우에도 수능 검토위원으로 참여한 저자들이 소개돼 있다. 대표 저자 C씨가 △수능 검토위원 △서울시 교육청 출제위원 △EBS 검토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을 버젓이 내건 것이다. 저자 D씨도 수능 검토위원으로 참여했던 경력을 숨기지 않았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해마다 수능 출제·검토위원으로 선정된 교수·교사들에게 서약서를 받는다. 내용은 ‘수능 출제에 참여한 사실과 수능 출제 과정에서 인지한 모든 사항을 비밀로 하겠다’가 골자다. 수능 시행과정에서의 보안을 유지하고 출제위원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수능 출제·검토위원으로 참여했던 인사 중 일부는 이 같은 경력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수능 출제과정에 참여한 경력이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엔 출판사가 펴낸 ‘공업입문’ 교과서에는 ‘2006·2007·2008학년도 수능 직업탐구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저자의 경력이 나열돼 있다. 교과서를 채택할 때 저자의 출제위원 경력을 참고하라는 의미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모의고사 교재의 저자나 학원 강사를 소개할 때 수능 출제 과정에 참여한 경력을 공개하는 이유는 그것이 수험생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라며 “이는 사실상 수능·검토위원에 참여한 경력을 갖고 이권에 개입하는 것으로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마땅히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출제위원 경력을 수능이 끝난 뒤에 공개하는 것도 문제가 되는지는 검토해 봐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수능 출제·검토위원으로 참여한 경력이 인터넷을 통해 상업적으로 악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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