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 50대 김씨, 주택연금 가입하면 빚부담 덜까?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1년 전 대기업 부장으로 퇴직한 김민철(52·가명)씨는 주택 대출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는 전형적인 ‘하우스푸어’다. 6억원에 산 집은 4억원으로 곤두박질쳤는데 아직도 갚아야 할 대출금이 1억 5000만원이나 남았다.

김씨는 “들어오는 돈은 없는데 매달 대출금 이자로 68만원 가량 내고 있어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집을 팔면 속은 시원하겠지만 가진 집이 이거 한 채뿐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집 한 채 장만하려다 발목이 잡힌 하우스푸어들을 위해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가 이르면 6월부터 시행된다. 현행 가입조건을 6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50대 하우스푸어가 주택연금 중 일시에 목돈을 미리 당겨 받을 수 있는 ‘일시금 인출제도’를 활용해 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 필요한 자금을 쉽게 조달하도록 해주겠다는 것이 정책 취지다. 정부는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주택연금 평가금액 전액을 한번에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는 주택연금 평가금액의 50%까지만 일시에 지급되고 나머지는 월 연금형태로 지급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50대인 김씨도 주택연금 제도에 가입할 수 있다. 이 경우 김씨는 4억원 주택에 대해 1억 1600만원 가량을 한번에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신 일시금으로 받은 돈과 본인 돈을 보태 1억 5000만원의 대출금을 우선 상환해야 한다. 물론 주택연금 평가금액 전액을 한번에 받았기 때문에 월 연금도 지급되지 않는다. 만약 50%만 일시금 인출제도를 이용하면 일시금으로 5800만원·월 35만원을 받을 수 있다. 1억 5000만원의 빚을 갚기 위해 4억원짜리 집을 맡기고 1억 1000만원가량을 일시에 받아 대출금을 갚는 구조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당장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거나 집이 팔린다 해도 대출 원리금을 갚고 나면 남는 돈이 얼마 없어 마땅히 살 집이 없는 경우 이 제도를 활용하면 빚 부담을 덜면서 본인 집에서 계속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연금은 집을 담보로 매달 연금을 받는 구조여서 가입기간이 빠르면 그만큼 연금액이 줄어든다. 특히 일시금 인출제도를 이용하더라도 남은 빚을 우선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대략 집값의 40% 이상을 대출받은 수요자는 이 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세훈 산업금융과장은 “50대 하우스푸어의 빚 부담을 덜어주자는 게 이 제도의 취지지만 주택연금 특성상 대출규모가 크면 일시에 돈을 받아도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 이 제도를 활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 뒤 부작용이 없으면 연장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출처=주택금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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