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창업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가 활성화할 조짐이다. 정부는 엔젤투자전용 펀드 조성에 나섰고 민간에서도 성공한 벤처인들 사이에 엔젤클럽 결성 움직임이 일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문을 연 엔젤투자지원센터에는 지금까지 25개 엔젤클럽이 등록했고 개인도 871명이 참여하고 있다. 석달만에 이룬 성과다.
센터 개소로 정보 교류가 활성화되고 정부 차원에서도 100억원 규모의 엔젤투자 매칭펀드를 조성하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상반기 중에 700억원 규모의 매칭펀드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 2월 중순에는 첫 성과로 엔젤투자매칭펀드 1호 투자 기업(‘나인플라바’)이 선정됐다. 이 회사에는 고엔젤클럽과 엔젤투자매칭펀드가 각각 1억800만원씩 투자한다. 나인플라바는 스마트폰을 통해 공동적립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위패스(Wepass)라는 소셜 마케팅 플랫폼을 개발한 회사다.
민간 차원에서도 엔젤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엔젤투자자들의 정보공유와 상호협력을 위한 모임인 엔젤리더스포럼이 지난달 27일 출범했고 범현대가가 정주영 명예회장을 기려 만든 아산나눔재단도 1000억원 규모의 정주영 엔젤투자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성공한 벤처인들도 힘을 보태고 나섰다. 지난해말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 등 국내 1세대 벤처기업 CEO들이 1000억원 규모의 엔젤클럽을 결성해 투자처 물색에 나섰다. 또 네오위즈와 NHN에 이어 최근에는 온라인 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가 200억원을 들여 메가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우리나라 엔젤투자 규모는 지난 2000년 벤처붐 시절 5493억원에 달했으나 2010년에는 326억원으로 격감했다. 벤처붐이 꺼지면서 당초 기대와 달리 이익을 보기가 어려워졌고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는 한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젤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함께 실제 성공사례도 나오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 개인 엔젤투자자는 지난해 하유미팩으로 유명한 제닉이 상장되면서 무려 6000%에 달하는 수익률을 냈다. 엔젤투자 전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역시 동영상 검색업체 엔써즈가 KT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엔젤투자금 3억원이 3년만에 31억원이 됐다.
서승원 중소기업청 창업벤처국장은 “벤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엔젤투자가 늘어나야 한다”며 “엔젤투자가 확대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