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 위한 마지막 음악…장구·꽹과리로 만나는 사후세계[문화대상 이 작품]

심사위원 리뷰
손정진의 초망자굿 ‘하늘, 땅 그리고 바다’
아버지와 스승 기리며 공연 준비
굿·장단에 담긴 고유 정서와 예술적 사고에 집중
  • 등록 2024-07-15 오전 6:00:00

    수정 2024-07-15 오전 6:00:00

[정소희 용인대 국악과 교수·대금연주가] 산자는 죽은 자의 세계를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오랫동안 죽은 자의 세계가 산자의 세계와 맞닿아 있을 것이라 생각해왔다. 죽은 자들을 그들의 세계로 편안히 들어갈 수 있도록 천도하고 기리는 일이 산자의 마지막 소임이다. 동해안 별신굿의 사니 손정진은 장구와 꽹과리로 산자와 죽은자의 시공간을 촘촘히 엮어, 자신의 아버님과 김용택, 김정희 두 분의 스승을 추모하는 공연을 올렸다.

지난 6월 2일 서울 강남구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린 손정진의 초망자굿 ‘하늘, 땅 그리고 바다’는 동해안 지역의 오구굿 의식과 음악을 보여주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동해안 별신굿의 화랭이 손정진은 자신의 아버님과 두 분의 스승을 기리며 앞으로 동해안의 굿음악을 올곧게 전승해 나갈 산이로서의 막중한 역할에 대한 다짐을 보여주기 위해 이 공연을 준비했다.

이번 공연은 실제 동해안 초망자굿의 의식과 음악을 장장 3시간 30분 동안 총 7개의 작품으로 구성해 올렸다. 시작은 망자의 영혼을 청하는 ‘청혼’으로 무대를 열고, 김석출의 딸 김영희 무녀의 ‘앉은 비나리’가 이어졌다. 다음으로 문굿과 조상굿으로 구성한 ‘하늘’과 ‘땅’은 김동연·김동언 무녀의 무가와 산이의 바라지가 어우러졌다.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대미’는 손정진이 구성한 작품이다. ‘대미’는 장구를 지칭하는 동해안 무속인들의 은어이다. 손정진은 자신의 장구 스승이었던 불세출의 화랭이 김용택과 김정희의 장구가락을 5중주의 앉은반 작품으로 재구성하여 두 스승에게 헌사 하였다. ‘푸너리’, ‘동살풀이’, ‘드렁갱이’, ‘거무장’ 등 예측할 수 없는 장단 변주는 독주와 합주가 교차하는 입체적 구성으로 무속장구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었다. 마지막은 저승으로 가는 여정을 노래한 ‘시무풀이’, 경북 초망자굿의 여러 장단을 엮어 만든 ‘그리고, 바다’로 마무리했다.

초망자굿은 오구굿의 핵심적인 거리이며, 가장 뛰어난 산이가 장구와 바라지를 맡는다. 올해 손정진은 무속장구 ‘대미’를 두드린 지 20년 만에 국가무형유산 동해안 별신굿의 전승교육사로 지정되었다. 장단은 우리 민족의 독특한 리듬표현 방법이다. 손정진은 굿과 장단에 담긴 우리의 고유한 정서와 예술적 사고에 집중하며, 사라져가는 굿 예술의 무대화 및 현장의 지속을 위한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앞으로 손정진은 동해안 굿음악을 후대에 전달하기 위하여 끝없이 탐구하는 예술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후속작으로 기획 중인 꽹과리 작품도 기대하며, 그의 작품이 동해안 굿의 대표적인 창작작품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하늘, 땅, 그리고 바다’(사진 제공=손정진)
‘하늘, 땅, 그리고 바다’(사진 제공=손정진)
‘하늘, 땅, 그리고 바다’(사진 제공=손정진)
정소희 용인대 국악과 교수·대금연주가
‘하늘, 땅, 그리고 바다’(사진 제공=손정진)
‘하늘, 땅, 그리고 바다’(사진 제공=손정진)
‘하늘, 땅, 그리고 바다’(사진 제공=손정진)
‘하늘, 땅, 그리고 바다’(사진 제공=손정진)
‘하늘, 땅, 그리고 바다’(사진 제공=손정진)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누가 왕이 될 상인가
  • 몸풀기
  • 6년 만에 '짠해'
  • 결혼 후 미모 만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