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복원·글자색 논란 딛고 돌아온 '광화문 현판'[알면 쉬운 문화재]

콘크리트로 복원했다 목구조 전각으로
흰색 바탕·검정 글자→검은 바탕·금색 글자
2010년 새 현판 갈라지며 논란
논쟁 끝내고 광화문 의미 주목해야
  • 등록 2023-10-21 오전 7:00:00

    수정 2023-10-21 오전 7:00:00

우리 ‘문화재’에는 민족의 역사와 뿌리가 담겨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도 있듯이 수천, 수백년을 이어져 내려온 문화재는 우리 후손들이 잘 가꾸고 보존해 나가야 할 소중한 유산이죠. 문화재는 어렵고 고루한 것이 아닙니다. 문화재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 쉽고 친근하게 배울 수 있는 문화재 이야기를 전합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자’ vs ‘검은색 바탕에 금색 글자’

최근 100년 만에 시민의 곁으로 돌아온 ‘임금의 길’ 광화문 월대와 광화문 현판이 공개됐어요. 월대는 궁궐 등 주요 건물 앞에 설치돼 각종 행사가 열렸던 넓은 기단 형식의 대를 말하는데요. 고종 때인 1866년 조성된 광화문 월대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임금과 백성이 만나 소통하던 장소였어요. 새롭게 단장한 광화문 현판도 공개됐는데요. 그동안 광화문 현판은 부실 복원 논란을 비롯해 현판의 바탕과 글씨 색을 두고도 끝없는 논란에 휩싸여왔어요. 광화문 현판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검은색 바탕에 금색 글씨로 쓴 새로운 ‘광화문 현판’(사진=연합뉴스).
경복궁 남쪽에 세워진 광화문은 오래전부터 궁궐의 정문 역할을 했어요. 조선 왕실과 국가의 권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축물 중 하나였죠. 하지만 불행히도 한국전쟁 때 원래의 광화문 건물과 현판이 불에 타 소실됐어요. 1968년 콘크리트 건축물로 복원할 당시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친필로 쓴 ‘광화문’ 한글 현판이 걸렸죠. 하지만 당시 광화문은 목재가 아닌 철근으로 지은데다 경복궁 중심축에서도 틀어져 있어 ‘반쪽짜리’ 복원이라는 지적이 잇따랐어요.

1990년대 들어서는 경복궁 복원 사업이 시작됐어요. 1993년 김영삼 정부에서 ‘역사 바로 세우기’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경복궁 복원에 박차를 가했는데요. 2006년부터는 ‘광화문 제자리 찾기’ 사업이 시작됐죠. 2010년 광화문을 원래 자리에 목구조 전각으로 복원할 때 광화문 현판도 교체했어요. 19세기 고종의 경복궁 중건 당시 현판 글씨를 썼던 훈련대장 임태영의 해서체 필적을 되살린 한자 현판이었고, 흰색 바탕에 검은 글씨로 썼죠. 하지만 새 현판은 석달 여 만에 표면이 갈라지고 뒤틀리면서 부실 복원 논란에 휘말립니다.

흰색 바탕에 검은 글씨로 썼던 ‘광화문 현판’(사진=연합뉴스).
바탕색과 글자색을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어요. 문화재계에서는 경복궁 중건공사의 기록인 ‘경복궁영건일기’ 등을 근거로 현판의 색상 고증이 잘못됐다는 비판을 제기했죠. 2018년 ‘경복궁영건일기’를 판독한 결과 현판의 색상을 검정 바탕에 금색 글자임을 뜻하는 ‘흑질금자’(黑質金字)로 표기한 기록이 나왔어요. 이는 현판을 전면 교체하는 결정적인 근거가 됐죠. 문화재청은 2018년 1월 검정 바탕에 금박 글씨로 현판 색상을 바꾸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어요. 이후 5년 동안 기록 등을 참고해 글자 크기, 단청 등의 정밀 고증과 내구성 강화를 위한 건조 작업을 거듭해왔습니다.

약 13년 만에 바뀐 현판은 전통 방식으로 단청을 한 뒤, 글자에 금박을 씌운 동판을 덧대는 방식으로 제작됐어요. 일각에서는 서울의 대표 명소인 광화문에 한글 현판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학자들은 오랜 논쟁을 끝내고 광화문의 의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13년 만에 새단장을 한 광화문 현판(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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