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장기화…해양플랜드 전성시대 오나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90.0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5일 WTI는 배럴당 99.77달러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감산 연장 결정으로 이어진 고유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OPEC의 9월 월례보고서에 따르면 OPEC 13개 회원국은 올 3분기 들어 하루 평균 2740만배럴을 생산했다. 이는 소비자 수요에 비해 약 180만배럴 부족하다. 올 4분기에도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유가 상승이 산유국들의 공급 조절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수요와 관계없이 유가가 특정 수준 이상에서 유지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고유가 환경은 해양플랜트 시장에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선진국 입장에선 산유국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유전과 가스전 개발에 나서게 될 것이란 설명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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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올해 현재까지의 합산 해양 수주는 27억달러(약 3조6000억원)로, 2022년의 4.7배 수준”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FLNG 수주 금액에 따라 올해 국내 대형사들의 합산 해양 수주가 2015년 이후 최대량을 기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FLNG 강자’ 삼성重 “1척 이상 추가 수주 기대↑”
해양플랜트 시장이 확대되면서 ‘FLNG 강자’ 삼성중공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FLNG는 천연가스를 채굴한 뒤 이를 정제하고 LNG로 액화해 저장·하역할 수 있는 복합 해양플랜트다. 보통 FLNG의 1기당 가격은 15억달러(약 2조원)에서 30억달러(약 4조원) 수준으로, LNG운반선 6척~12척가량의 금액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중공업은 전 세계에 4척밖에 없는 FLNG 가운데 3척을 건조할 정도로 FLNG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중공업은 시장 부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기술·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2020년에는 업계 최초로 FLNG 핵심기술인 천연가스(NG) 액화설비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최근에는 차세대 독자 모델 ‘MLF-N’ 개발도 일궈냈다. 이를 통해 정제·생산·액화·저장·하역 등 모든 과정을 해상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어 해상 가스전 개발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선 올해 삼성중공업의 1척 이상 추가 수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가장 유력한 것은 이탈리아 ENI사의 아프리카 모잠비크 코랄(Coral) 2차 프로젝트이다. 이미 삼성중공업은 모잠비크 코랄 사우스 프로젝트 1호기 FLNG인 코랄술(Coral Sul)을 인도한 바 있다. 이외에도 삼성중공업은 미국 델핀(Delfin), 캐나다 시더(Cedar)의 FLNG 기본설계(FEED)를 완료한 상태로, 실제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FLNG 수주 가능성을 반영해 올해 수주목표를 지난해 실적인 94억달러보다 많은 95억달러(약 12조7000억원)로 상향 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