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천호관광농원의 오곡밥 정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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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봤어? 그 영화감독인 강제규하고, 잘생긴 장동건도 여기 와서 먹고 단골이 됐지.”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있는 해인사를 비롯해 수많은 관광지와 수려한 자연을 품은 가야산. 합천호가 내려다보이는 가야산 끝자락에 자리잡은 식당이 있다. 친환경 음식을 추구하는 합천호관광농원이다. 흔히 영남 음식 맛이 호남에 비해 투박하다고 말하지만, 합천호관광농원은 이같은 고정관념을 단번에 뒤집는 숨은 맛집이다. 농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 김옥란(62) 씨는 간판 메뉴로 오곡밥 정식을 내세워 전국의 미식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강제규 감독도 17년 만에 다시 찾을 정도로 한번 먹으면 단골이 돼. 아마 장동건도 와서 먹고 자고 갔지. 3만원짜리 수박 맛을 아는 사람은 3000원짜리 수박은 안 먹는 것과 같은 이치야.”
주인장의 자신감은 상위에 펼쳐진 반찬을 보면 바로 이해가 간다. 우엉잎쌈을 비롯해 산에서 직접 채취한 산나물이 밥상을 가득 채우고, 양념 북어찜과 생선구이는 강원도 어느 해안가의 유명 생선요리 전문점을 방불케 한다. 내로라하는 전국의 미식가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이유다.
“처음에는 동네 할머니들이 캐온 나물을 팔러 오셔서 다 사줬어. 근데 그게 소문이 나면서 나중에는 경운기에 싣고 올 정도였어. 하는 수 없이 나물을 말려서 보관했지. 봄에는 싱싱한 걸 그대로 쓰지만, 가을이나 겨울에는 말려서 써야 했거든. 야생 나물을 햇볕에 말려서 쓰는 것이라 이 맛이 나는 거야.”
이 식당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오곡밥’이다. 다른 지방의 오곡밥과 달리 조, 수수, 찹쌀 등의 여러 가지 곡식을 섞지 않고 익혀 밥그릇 위에 가지런히 담아냈다. 각각의 곡식 맛을 따로 음미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20여 가지가 넘는 반찬은 한 젓가락씩 맛을 보기도 전에 밥 한 공기가 금세 바닥을 보여 아쉬움이 남을 정도다. 건강한 한끼를 배불리 먹고 나가자, 주인장이 한마디 하며 인사를 대신한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이 맛을 몰라. 우리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진짜 음식 맛을 아는 사람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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