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기업경영의 미덕이 ‘저비용 고효율’이던 때가 있었다. 폐기물처리산업이 대표적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가장 저렴한 처리방식을 선택하곤 한다. 혐오시설이란 꼬리표가 따라붙는 이유다. 그런데 여기 역발상을 들이댄 일본 산업폐기물 처리회사의 CEO가 있다. 다이옥신 논란으로 벼랑 끝에 선 이시자카산업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그이는 주위 반대를 무릅쓰고 폐기물 소각사업에서 철수했다. 그리고 400억 원을 투자해 친환경 종합설비를 갖춘 리사이클 방식으로 바꿨다. ‘쓰레기산’이라 불리던 회사부지에는 도쿄돔의 네 배에 달하는 숲이 들어섰다. 사람들은 “철없는 딸이 아버지 사업을 말아먹는다”며 혀를 찼다. 하지만 기업은 부도위기를 극복하고 12년 만에 매출액을 두 배로 끌어올리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났다.
저자는 천연기념물인 반딧불이와 토종 꿀벌이 날아다니는 ‘보물산’을 가진 이시자카산업의 CEO다. 서른의 나이에 ‘풋내기 여사장’이란 비아냥을 들어가면서도 직원을 재교육하고 해마다 1억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주민을 위한 축제를 열었다. 누군가는 바보 짓이라 할 만한 행동이었으나 그이의 결단으로 기업은 주민에 신뢰받고 지역과 공생했다.
책은 기업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려면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혐오시설이란 삐딱한 시선을 바로 잡은 것은 비효율로만 보이던 신뢰구축에 투자한 덕분이다. ‘폐기물 처리비용은 쌀수록 좋다’는 업계의 상식을 무너뜨리고 성공한 비결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