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의 전격적인 거래소 폐쇄조치 검토, 투자자 강력 반발, 청와대 긴급진화, 실명제 도입과 세금폭탄, 그리고 ‘검은 금요일’의 대폭락 …. 가상화폐를 둘러싼 정부 대응은 갈팡질팡이다. 투기 억제를 위해 메스를 들이 댔지만 허둥지둥, 그 부작용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후폭풍은 여전히 진행형. 오락가락 대책에 시장은 요동을 친다.
정부가 처음부터 규제를 우선시한 건 아니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6년 11월. 범정부 차원의 ‘디지털 화폐 제도화 TF(태스크포스)’가 출범했다.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이 핀테크 산업 발전전략의 일환으로 “미국, 일본의 동향을 보아 가며 제도화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직후다.
관련 TF는 10개월만인 지난해 9월 다시 가동됐다. 문재인정부 들어 처음이다.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 거래 투명성, 소비자 보호 등 원론적인 방향만 정했다. 가상화폐의 법적 성격 규명부터 논란이 일었다. 금융당국이 선수를 쳤다.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니다. 거래소는 쇼핑몰과 같은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된다.’ 자신들의 관할이 아니니 현장검사를 나갈 권한도 없다며 책임을 비켜간 꼴이다. 할거주의, 면피주의의 전형이다. 정권이 바뀌니 180도 달라졌다.
거래소 라이선스제, 상장요건 강화, ICO(암호화폐공개)규제, 거래 모니터링, 사후 보고….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제도화를 위한 기본조치들이 모두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로 방치됐다. 이 틈에 대한민국 거래소는 세계 최고의 널뛰기 시장으로 변했다. 화들짝 놀란 정부, 불길이 이미 치솟을대로 치솟은 상황에서 뒤늦게 진화하려니 무리한 대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법, 외환거래법, 전자금융거래법,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 신기술이든 신기루든 가상화폐와 연관된 규정은 각종 법률에 망라돼 있다. 통합적 접근 없이 기존 틀에 갇힌 상자속 접근으로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 혁신의 제도화는 결국 포용성과 개방성에 달려 있는 법. 불행히도 아직 이 같은 열린 자세는 부족해 보인다. 눈 앞의 버블 잡겠다고 칼부터 휘두르는 즉흥성, 보신과 면피에 급급한 관료주의가 지속되는 한 문재인정부의 ‘혁신’은 공허한 울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