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감산에 엇갈린 희비..조선·정유 '맑음' 해운·항공 '흐림'

조선 "선박 발주 확대, 인도 지연 해소"
운송업종은 유류비 부담 증가 우려
  • 등록 2016-12-02 오전 5:00:13

    수정 2016-12-02 오전 8:31:10

현대중공업의 반잠수식 시추선 ‘오션 그레이트화이트(Ocean Greatwhite)’호 모습. 현대중공업 제공.
[이데일리 성문재 임성영 신정은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감산 합의로 국제 유가가 상승 분위기로 돌아서면서 산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았던 조선·정유 업종은 매출감소 현상이 해소될 수 있고 마진 증가와 업황 개선이 기대된다. 반면 항공·해운 등 운송업종은 비용이 증가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긴장하고 있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유가 상승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 업종은 조선분야다. 지난 2014년 유가 급락 이후 해양플랜트 수요가 급감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던 조선업계는 유가 반등이 반갑다.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2014년 상반기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2759만4237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에 달했지만 평균 40달러대로 추락한 올해 상반기에는 644만665CGT로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유가가 다시 반등한다면 선박 발주가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저유가 기조 속에서 인도가 연기되는 등 대금 수금에 차질을 빚었던 해양 프로젝트들이 정상화되면 국내 조선업체들의 유동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대우조선의 경우 1조원 이상 잔금이 묶인 소난골 드릴십 인도 협상에서 국면 전환이 있을 지 주목된다.

유가와 선박 발주량 추이(자료: 클락슨, 한국석유공사) *2016년 하반기는 7~10월 기준
정유와 석유화학 분야도 수혜가 예상된다. 원유를 수입해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정유업계는 유가 상승기에 재고평가 이익이 늘어나 실적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중동 등에서 원유를 국내에 들여오는데 최소 3주 정도의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번 감산 물량이 예상되는 수요 증가분보다 많기 때문에 제품 가격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기적으로는 원재료비용 증가에 따른 정제마진 하락이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정제마진 강세가 심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의 경우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원재료값 상승이 제품가격 인상에 어느 정도 반영될 지가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제품 스프레드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철강 및 중공업 분야에는 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가 장기화하면서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산유국들이 투자 여력이 생길지가 변수다. 유가가 올라도 생산량이 줄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과 일부 국가에서라도 인프라 투자가 확대된다면 철강 및 중공업업계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친환경차 시장의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친환경차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며 “유가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항공·해운 분야는 유가 상승이 두렵다. 국내 항공사의 연매출 중 유류비 비중은 저유가 기조 속에서 20% 아래로 낮아졌지만 과거 고유가 시절에는 30%를 훌쩍 넘긴 바 있다. 국내 항공업계는 연간 3200만배럴 정도의 항공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가가 조금만 올라도 연료비용 부담이 수백억원씩 늘어난다. 유가에 연동하는 유류할증료가 오르면 여행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할증료 인상은 제도상 당장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에 단기적으로 큰 영향은 없을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유가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역시 원가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수준이다. 극심한 업황 불황에 유일한 원양 정기선사로 남은 현대상선도 분기당 수천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상황에서 유가 상승은 무섭기만 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가 상승에 따른 영향과 관련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감산 실행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기 때문이다. OPEC 국가들이 합의했다고 해도 비회원국인 러시아 등의 동참이 없이는 기대했던 효과를 볼 수 없다. 또한 유가 상승시 미국 셰일 업체들이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중장기적으로 유가 수준이 배럴당 60달러를 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으로 향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 브렉시트 등 대외 변수들이 적지 않아 종합적인 상황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 1월 이후 실제 감산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요 업종별 유가 상승에 따른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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