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마케팅]①포근한 겨울,날씨가 최고 영업사원

날씨 예측 따라 기업별 희비교차
위닉스 '마른장마'로 작년 영업익 반토막
현대그린푸드, 정확한 날씨 예측으로 연간 24억원 비용 절감
  • 등록 2015-12-21 오전 7:00:00

    수정 2015-12-21 오전 7:52:23

[이데일리 박철근 유근일 기자] 이달 들어 평년보다 기온이 6도 이상 높은 따뜻한 ‘이상 겨울’이 이어지면서 업종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골프장은 포근한 날씨 덕에 겨울 골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스키장은 과거에 비해 방문객이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유통·패션업체들은 더욱 민감하다. GS홈쇼핑(028150)은 따뜻해진 날씨로 겨울옷 구매를 주저하는 소비자를 잡기 위해 과거보다 일주일 빨리 이달 초부터 할인판매행사를 시작했지만 매출이 오르지 않아 울상이다.

지구온난화 지속으로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날씨가 기업 경영계획 수립의 중요한 변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에어컨, 제습기, 겨울의류 및 난방용품 등 계절성 제품을 주로 만드는 기업들은 날씨에 따라 울고 웃는다. 날씨가 최고의 영업사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 급식 및 식자재유통을 하는 현대그린푸드(005440)는 날씨 민감도를 감안한 식수 예측에 따른 ‘악(惡)기상 자동알림시스템’을 개발해 매년 24억원 가량의 식자재 매입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악천후가 예상되면 이에 맞는 메뉴를 선정하고 식수를 예측하고 식재 매입량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회사 관계자는 “농식품 등과 밀접한 업종인 만큼 날씨 경영과 관련해서는 지속적인 수요예측 기술을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름 장마철 대표 상품인 제습기 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위닉스(044340)는 비가 유난히 많이 내렸던 지난 2013년 사상 최대규모의 영업이익(205억원)을 기록했다. 많은 비 덕분에 제습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무려 5배나 늘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제습기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 생산량을 대폭 늘렸지만 예상과 달리 마른 장마가 이어지면서 영업이익이 97억원으로 전년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이 회사가 날씨를 사업전략 수립과정에서 주요한 변수로 적극 반영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위닉스 관계자는 “지난해 기상예측 실패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올해 민간 기상업체를 통해 날씨경영 컨설팅을 받았다”며 “날씨예측에 대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민간업체와 전문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문을 구하고 리스크 감소를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전에 여름 전후 성수기에 대대적으로 집행했던 광고홍보예산을 올해부터는 비가 오거나 습도가 높아 소비자 수요가 높아졌을 때만 집중적으로 사용했다. 이 결과 올해는 광고홍보비를 지난해보다 70%가량 줄이면서 매출은 평상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절감한 광고홍보비를 공기청정기 연구개발(R&D)에 투자해 공기청정기 제품 개발에 기여했다”고 전했다.

외국에서도 날씨경영 사례로 최고경영자(CEO)들의 희비가 엇갈린 사례도 있다.

지난 2000년대 초 영국의 패션전문 유통업체 막스앤스펜서는 주주총회를 통해 최고경영자(CEO)를 해고했다. 날씨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채 의류생산량을 늘려 회사의 재고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책임을 물을 것이다.

반면 최근 국내 매출 1조원을 돌파해 화제가 된 일본 SPA 의류업체 유니클로는 지난 2001년 가을과 겨울 사이의 환절기가 길어질 것이라는 장기 기상예보를 눈여겨봤다. 당시 CEO는 경영자회의에서 얇고 포근한 폴라폴리스 소재 점퍼 생산을 지시했고 이 제품은 보름만에 1500만 장이나 판매됐다. 당시 일본 의류업계 사상 단일품목으로 최단기간·최다판매 기록을 세웠다.

민간 기상정보제공업체 케이웨더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업들이 자사와 같은 민간 기상업체와 협업해 날씨경영 컨설팅을 받는 사례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기상청을 통해 기후정보를 얻어 자체적으로 분석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날씨가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늘면서 기업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융복합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단순 제습기보다는 제습과 공기청정 기능을 결합한 제품으로 계절 및 날씨 변화에 따른 변동성을 줄이는 방식이다. 패션업체들도 특정 시기에 입을 수 있는 제품보다는 4계절 내내 입을 수 있는 상품을 생산하면서 달라지는 기후에 대응하고 있다.

날씨 경영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고려대와 광운대는 한국기상산업진흥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기상산업·날씨경영 전문인력 육성을 위해 날씨경영 관련 과목을 개설했다.

허선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 등 많은 국가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날씨경영뿐만 아니라 날씨 빅데이터에 이르기까지 그 중요성을 인식해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 마련 및 예산 투자 등을 실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방향에서 날씨 빅데이터를 통해 국민경제의 효율을 증진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료= 한국기상산업진흥원 및 업계 취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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