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계 숙원' 국립근대문학관 설립 속도

문학자료 통합보존·관리·교육·홍보 등 구심점 기대
1996년 추진됐다 외환위기로 중단
최근 서울 은평구 등 전국 9곳 유치 움직임
건립방향·콘텐츠구성 등 논의 활발
  • 등록 2015-11-30 오전 6:10:00

    수정 2015-11-30 오전 6:10:00

국내 문학자료 전반을 통합적으로 보존·관리하고 교육·홍보할 수 있는 국립근대문학관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주최로 ‘국립근대문학관 활용방안 토론회’가 열렸다(사진=도종환 의원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1963년 염상섭 작가가 사망한 이후 유족들은 소중한 문학자료를 모두 불태웠다. 자료를 맡아서 보존해줄 사람도 기관도 없어서다. 국내 문인이 해외행사에 나가면 그 나라의 문학관을 둘러보는 게 필수코스이다. 하지만 우리는 제대로 된 문학관이 없어서 해외 손님을 인사동 술집으로 안내한다는 우스개까지 나온다”(문학계 한 고위인사)

문학계의 숙원사업인 국립근대문학관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은 근대의 시작과 더불어 식민지·전쟁·산업화와 민주화로 이어지는 특별한 역사를 겪으면서 세계문학사에 기록될 만한 작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통합적으로 보존·관리하고 교육·홍보할 수 있는 국가시설이 없다.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국악원 등 저마다의 국립기관은 있지만 모든 예술의 기초라 할 문학분야는 통합적인 국립기관이 없는 상황이다. 국립문학관은 1996년 ‘문학의 해’를 맞아 국립문학관이 추진됐지만 외환위기로 중단됐다. 문화선진국이나 중국·일본 등 주변국이 이미 오래전에 국립 근·현대문학관을 건립해 문학적 자산을 알리고 후세를 위한 교육시설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다행히 최근 국립근대문학관 조성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국립근대문학관 설치 근거 등을 담고 있는 ‘문학진흥법’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물론 국립근대문학관 건립을 위한 연구용역이 마무리단계이기 때문. 특히 문화체육관광부 내년도 예산에 문학관 실시 설계를 위한 예산 10억원이 들어 있는 상황이다. 서울 은평구를 비롯해 전국 9개 지자체가 근대문학관 유치를 위한 물밑작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조만간 문학계를 중심으로 학계, 언론, 건축, 박물관, 문화기획자 등을 포함한 국립근대문학관 설립 추진위원회의 발족도 추진될 전망이다.

국립근대문학관을 어떻게 짓고 무슨 콘텐츠로 채울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문학관은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의 기능은 물론 문학교육센터, 문화체험공간, 문인창작센터, 문학연구센터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문학평론가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는 “근대문학관 건립과 소장품 마련을 위해 초기 비용으로 최소 500억원 정도의 예산이 들 것”이라면서 “하지만 국가예산 이외에는 길이 없다고 봐야 한다. 국가예산으로 설립하되 운영은 독립적인 공익법인체에 일임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근대문학관이 동아시아 평화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재용 원광대 국문과 교수는 “한국 근대문학은 일본과 중국과의 연관성을 빼놓고는 연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 나라와 밀접하다”며 “국민문학의 정전 수립은 물론 동아시아 평화구축과 교류의 장으로 근대문학관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우 숙명여대 국문과 교수는 “국립근대문학관 건립과정이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세계사적으로 어느 국가보다 급속도로 근대화를 통과한 한국사회의 그늘과 빈틈, 발전을 성찰적으로 되돌아보는 문화적 품격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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