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보다 더 심하다"…글로벌 자동차 中 가동률 낮춰

자동차 평균 가동률 처음으로 100% 밑돌아
수요 둔화로 글로벌 브랜드 판매 타격
  • 등록 2015-08-24 오전 7:31:39

    수정 2015-08-24 오전 7:31:39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중국 내 차량 생산 감축에 나섰다. 중국 경기부진으로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자 가동률을 낮추기 시작한 것이다.

2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샌포드C. 번스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3개 글로벌 자동차 합작법인의 공장 가동률은 평균 94.3%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 107.4%에 비해 낮아진 것이며 100%를 밑돈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보통 수요가 많으면 추가 인력을 투입해 공장가동률을 100% 이상으로 높인다. 하지만 중국 내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제너럴모터스(GM)와 폭스바겐 등 주요 자동차 기업이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것이다.

GM과 중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SAIC모터간 합작법인인 SAIC 제너럴 모터스는 상반기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대비 2.4% 줄였고 FAW-폭스바겐 오토모빌 생산량도 1.2% 감소했다. 상반기 공장가동률을 늘린 합작법인은 단 세 곳에 불과했다.

GM 상하이 공장에서 일하는 에릭 시 엔지니어는 “보통 한 달에 이틀 쉬었는데 7월부터 연말까지는 한 달에 10일을 쉬기로 했다”며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도 상황이 더 안 좋은 듯하다”고 말했다.

GM과 폭스바겐, BMW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중국 소비자들의 대형 차량 사랑 덕에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이에 따라 2008년 이후 중국 곳곳에 자동차 생산 공장을 짓고 공격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했다.

폭스바겐그룹의 글로벌 매출 중 35%가 중국 시장에서 발생했고 GM과 BMW도 각각 35%, 20%를 중국에서 올렸다.

하지만 중국 경기둔화로 이들 자동차 기업의 매출도 같이 주춤하는 모습이다. 중국 상용차 매출은 7월 전년대비 6.6% 감소해 두 달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 차량 판매는 상반기 1.5% 감소해 전년 두자릿수 성장률에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가 4.8% 늘어난 것에 비하면 글로벌 브랜드 차량 판매부진이 유독 심했던 것이다. 상반기 SAIC GM 출고량이 전년대비 4.8% 줄었고 폭스바겐 그룹 매출은 4% 감소했다.

매출 감소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딜러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차량 가격을 인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아울러 공장 교대근무를 취소하고 근무시간도 줄이는 추세다.

다만, 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의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 설비확충 계획은 고수하고 있다. GM은 중국 내 생산능력은 현재 350만대에서 2018년까지 500만대로 늘릴 방침이다. 폭스바겐 역시 2019년까지 생산능력을 현재보다 40% 많은 50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도요타자동차는 4억4000만달러를 들여 중국 내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고 현대차(005380) 역시 연 생산능력 30만대 수준의 신규 공장을 두 군데에 건설 중이다.

GM 대변인은 “중국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시장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장기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빌 펭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컨설턴트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2020년까지 중국에서 연간 최소 3000만대가 판매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확장 전략을 수립했는데 경기둔화로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제품이나 경영진이 절대적으로 경쟁력 있지 않으면 생산설비가 완공됐을 때 생산 감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도 비용을 관리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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