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강신우 기자] ‘연금정치(Pension Politics)’는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용어다. 공적연금 성숙기에 있는 서구 유럽에서는 연금 때문에 정권이 왔다갔다 하지만 우리에겐 낯설다. 그간 한국식 연금정치는 주로 대선 정국에서만 나타났을 뿐 일상화되지는 않았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 개혁은 본격적인 연금정치의 시초라는 관측이 상당하다.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국가재정도 휘청이면서, 연금이 각자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의제가 됐기 때문이다. 연금은 얼마나 더 걷어서 어느 계층에 나눌지에 대한 분배의 문제여서 증세·복지 논쟁과도 사실상 한몸이다. 정치인이라면 연금에 대한 철학은 갖고 있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연금이 정국에 미치는 영향력은 컸다. 지난 2007년 국민연금 개혁 논의 당시가 대표적이다. 2000년대 들어 이미 연금은 여의도 정가의 주된 요소였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부터 표(票)에 미치는 연금의 위력은 컸다”면서 “그 이후 대선을 중심으로 연금 이슈가 터졌다”고 했다.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고령화가 빨리 진행될 수록 연금은 우리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질적으로 연금정치는 시작됐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정치인들이 돈을 내지도 않고 노후를 보장해주겠다는 식으로 포퓰리즘화할 수 있다. 자칫 잘못했다가 금융시스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는 결국 표로 귀결되기 때문에 국민이 생각하는 개혁을 하게 돼있다. 정치적 결정이 무조건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장기적인 검토없이 합리적인 이유없이 몇 사람에 의해 갑자기 개혁이 이뤄지는 것은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