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코스트코가 간과(看過)한 두가지

  • 등록 2012-09-25 오전 8:00:00

    수정 2012-11-20 오전 9:51:00

[이성재 생활산업부장] 코스트코가 서울시의 경고를 또다시 무시했다. 지난 9일 서울 양재· 상봉점 등 3개 점포가 지자체들이 정한 의무휴무를 어긴 데 이어 23일에도 정상영업을 강행했다.

이미 지난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의 입장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한 코스트코는 ‘적법하지 않은 조례를 지킬 이유가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코스트코의 이 같은 배짱 영업에 다시 한 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쯤 되면 자사의 주장이 아무리 옮다고 해도 한발 물러 설만도 한데 개의치 않겠다는 분위기다.

서울시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코스트코에 대한 영업규제를 지속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자칫 여론으로부터 실효성 없는 제재라고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 이젠 과태료만으로 더는 부담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나 서울시가 대형마트 관련 법과 조례의 문제점을 빨리 정비해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스트코가 외국 회사라지만 간과(看過)한 것이 있다. 저변에 깔린 국민들의 정서와 유통업계에 미칠 영향이 어떠한 파문을 몰고 올지 아직 모르고 있다. 국내법을 무시한 무책임한 행동이 또 다른 규제와 문제를 만들 수가 있다는 것을…

실제 지난 23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한 재래시장을 찾아 “대형마트 입점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휴무일을 늘리거나 영업시간·영업품목을 제한하는 규제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휴무일로 시작된 대형마트 규제가 전방위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근 만난 한 유통업체 대표는 “휴무일은 양보하고 더는 규제 확산을 막는 것이 바람직한지 모르겠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정부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점에 코스트코의 사태가 유통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 된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코스트코까지 나서 반목(反目)의 연속이니 유통업체들은 속이 탈만도 하다.

지자체들이 의무휴무제로 대형마트의 목을 조여오고 있고 서울시까지 나서 품목 제한 등 다양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아직 외국자본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남아 있는 우리 정서에 소비자들의 마음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코스트코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결국 문제의 실마리는 코스트코가 풀어가야 한다. 불합리하다고 생각해도 일단 한국법에 정해진 합리적인 절차를 밟아 의견 표명을 해야 했다. 코스트코의 폐쇄성은 새삼스럽지 않지만, 실속만 챙기려다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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