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남녀 기회의 균등”[ESF2024]

[31]프레드릭 라인펠트 스웨덴 전 총리 인터뷰
가사 책임·직장 생활에 남녀 구분 없어
오래 일해야 한다는 건 시대착오적
일·가정 양립하는 유연한 환경 갖춰야
  • 등록 2024-06-18 오전 5:10:00

    수정 2024-06-18 오전 5:10:00

[이데일리 김형욱 최연두 기자] “스웨덴의 경험으로 볼 때 저출생 문제 해법의 키는 돈이 아니라 남녀 기회의 균등이다.”

프레드릭 라인펠트(Fredrik Reinfeldt) 스웨덴 전 총리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한국의 합계출산율(2023년 기준 0.72명)을 반등시킬 방안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그는 18~20일 열리는 ‘2024 이데일리 전략포럼’의 기조연사로 나서 ‘예방적 사회정책… 저출산, 고령화, 이민… 스웨덴의 경험과 한국의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한다.

프레드릭 라인펠트 스웨덴 전 총리
정부는 2006년 이후 20년간 380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저출산·고령화 대응에 나섰으나 실질적 성과는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웨덴을 포함한 유럽 역시 앞서 합계출산율이 낮아지며 고심한 바 있지만 현재 1.6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라인펠트 전 총리는 남녀 기회의 균등과 일·가정 양립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젊은 세대는 가사 책임과 직장 생활에서 남녀가 구분되지 않는다”며 “아이를 낳으면 양쪽 부모 모두의 책임이고, 남녀 모두 직장 경력을 쌓을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내에서도 출산율에 차이가 있지만 성평등 인식이 개선되고 젊은 부부를 위한 육아 지원 체계가 갖춰져 있을수록 상황이 좀 더 낫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화적 차이는 있지만 스웨덴 역시 오래전까진 성 불평등이 심했고 수십 년에 걸친 노력 끝에 현재의 모습이 됐다”며 “(총리 재임 시절) 직장인에 대한 직접 세금 감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고령층과 여성을 중심으로 노동시간이 크게 늘어난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라인펠트 전 총리는 이 같은 문화적 변화 없이 재정을 투입하는 건 큰 실효를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아이를 낳는 젊은 부부에게 현금을 지원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유럽의 경험에서 비춰보면 효과적인 정책이 되기 어렵다”며 “결국은 성평등 의식을 개선함으로써 출산율을 높이고 여성과 고령층에 집중해 국가 차원의 총 노동시간을 늘리는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프레드릭 라인펠트 스웨덴 전 총리가 최근 이데일리와 화상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유연한 근로 환경을 강조했다. 그는 “회사에 더 오래 머물수록 더 큰 인물(hero)이 된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직원이 주중에 집에서 일할 수 있고 자녀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유연하게 출퇴근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덴마크의 주간 근로시간은 대개 40시간을 넘지 않고 며칠은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유치원 역시 저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보육 체계를 갖춰놨는데 이 부분이 노동력 확보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저출산이 이어지면 인구 감소와 함께 사회 전반의 고령화도 문제 된다. 전체 인구에서 노인 비중이 늘어나면 일할 사람은 줄어드는 데 부양할 사람은 늘어나는 만큼 사회적인 부담은 커질 수 있다. 라인펠트 전 총리는 2006~2014년 총리 재임 기간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고령층의 노동 참가율을 끌어올리고 이를 계기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노동개혁은 노인과 외국인을 포함한 전 연령층의 노동 참여율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라인펠트 전 총리는…

스웨덴의 경제학자 출신 정치인. 2003~2015년까지 중도 우파 성향의 온건연합당 대표를 지냈으며 이중 2006~2014년엔 총리로 재직했다. 8년의 재임 기간 복지 정책 개편과 감세 정책을 토대로 2007~2008년 금융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계 은퇴 이후 경영인으로 전향해 스웨덴의 여러 주요 경제단체 의장을 맡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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